오는 4월 7일 서울시정 1년을 책임질 새로운 서울시장을 선출한다. 3개월도 채 남지않은 이번 선거에 정치권은 일찍이 열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보궐시장의 판도는 문재인 정부 지키기와 심판론으로 맞서는 모양새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970만 서울시민의 1년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각 후보의 정책을 비교·조명하고자 한다. 서울시민들은 각 후보가 내놓은 정책을 통해 더이상 이념 잣대가 아닌 내 삶을 책임질 후보를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①부동산 정책을 시작으로 ②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③행정수도 이전 ④청년 정책 ⑤성비위 해결 구상을 각 후보들의 답변을 중심으로 점검해본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세종시 이전이 확정되면서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각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 지원책의 필요성에 일정부분 공통적 인식을 가진 것과는 대비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명확히 갈린다.
19일 <뉴스토마토>가 여야 서울시장 후보군에 요청한 5가지 정책 질의와 후보가 직접 밝힌 바 있는 행정수도 이전 입장을 종합하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이전을 통한 여의도의 '금융특구' 설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이 전제된 이전, 야권 후보들은 이전 문제 자체를 반대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우상호 '아시아의 뉴욕'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사안으로 우 의원 뿐 아니라 출마를 앞두고 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동의하는 사안이다. 이미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8월 세종시 이전을 확정 지었다.
우 의원은 국회의 세종 이전에 더불어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를 글로벌 금융중심도시의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는 우 의원이 5번째 정책 공약으로 내놓은 '금융 중심도시' 서울 육성 공약이다.
금융 중심도시 공약은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하게 되면 국회 이전으로 비워지는 여의도의 빈 자리를 금융경제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서여의도의 고도제한을 해제하고 이미 형성돼 있는 동여의도의 금융인프라를 서여의도까지 확대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홍콩은 1조 달러 규모의 국제금융 자본이 모여 있는 아시아의 금융중심지이지만 홍콩 국가보안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홍콩에서 금융자본과 인력이 빠져나가는 '헥시트(홍콩+엑시트)' 현상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홍콩으로부터 이전을 모색하고 있는 국제금융 자본과 전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범정부 국제금융유치단'을 구성하고 적극 유치활동에 나서 서울을 금융중심지의 대안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2010년 서울 여의도를 금융중심지로 지정·고시한 바 있지만 우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여의도 일대를 글로벌 금융특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련해 "현재 홍콩의 대안으로 한국과 싱가포르가 거론되고 있다. 싱가포르보다 유리한 경쟁 조건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2018년 12월 제정된 금융혁신지원 특별법에 따라 운영 중인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근거로 중앙정부와 협의해 불투명한 금융 규제와 법인세, 소득세 등 세율을 싱가포르보다 경쟁력 있는 조건으로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했다.
4.7 재보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핀테크랩 금융정책 현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안철수 '개헌 투표'
안 대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나타내면서 부동산 정책과 코로나19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공약을 구체화했지만 아직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야권의 단일화가 진행되고 있고 아직 보궐선거가 3개월 여 남은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 대표가 그간 밝혀온 바에 의하면 안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인 2017년 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세종시로 행정수도를 이전하는 부분도 개헌에 명시해서 국민투표를 거쳐서 국민 의사를 묻겠다"고 밝혔다. 같은해 세종시청에서 가진 간담회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 등의 세종시 이전을 적극 추진하고 국회 분원을 설치하겠다 . 행정수도 이전을 개헌에 넣어 국민 의사를 묻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7월에도 안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여권의 추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여권의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대해 "지역감정을 부추겨서 2002년 대선판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보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행정수도 이슈로 덮으려는 의도라는 차원에서의 지적이다.
결국 안 대표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헌법개정사항인 만큼 개헌을 통해 국민의 뜻을 물어 진행시켜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안 대표가 구체적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공약으로 내놓기 보다는 개헌에 맡기고 서울시 발전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및 백신 접종 계획 관련 국민의당-대한의사협회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권 '논의시작vs반대'
야권은 사실상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 내에서도 충청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할 뿐 일관되게 침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박정희,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간 발언을 통해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찬성 입장을 보인 바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나선 현재 야권의 후보들은 반대하거나 구체적인 구상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출마를 공식화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긍정적으로 깊이 있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그는 "지방소멸 문제가 심각한데,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정부가 가져야 지방이 살아난다"며 "행정수도가 유일한 해법은 아니지만, 매우 국민적 가치가 높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오 전 시장을 제외하면 서울시장 후보군은 반대하는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다. 오신환 전 의원은 우상호 의원의 '금융도시' 구상에 "국토균형 발전을 논하기 이전에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위태롭게 하는 천박한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나라 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국회만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주는 더 강화되고 국회의 견제기능은 더욱더 약화 될 것이기 때문"이라며 "대통령과 청와대가 서울에 남아 있는 한 국회 또한 서울에 있어야 한다. 국회를 세종시로 보내고 의사당 부지를 금융회사로 채우자는 주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박춘희 전 전 송파구청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행정수도 이전 계획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전경.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