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용구 차관 '특가법' 적용 가닥

블랙박스 영상 녹화 동영상 확인…이 차관 조사만 남아
헌재, 사건 20일 후 "승·하차 위한 일시정차는 '운행 중'"

입력 : 2021-01-26 오전 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용구 법무부차관의 '운행 중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당시 택시기사가 운행 중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할 물적 증거를 확보하면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이동언) 관계자는 25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필요한 수사와 조사를 하고 있다. 기초 조사를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사건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을 확보한 것과 관련해 '사건 당시 사실 확인은 끝난 것 아니냐'고 묻자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내용이 중요하다. 조금 더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3일부터 이 사건을 한달여간 수사해 온 검찰은 피해자인 택시기사를 지난 주 불러 조사했다. 남아 있는 이 차관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이르면 이달 내에, 적어도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취임 직후 수사가 마무리 될 전망이다.
 
택시기사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25일 오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뉴시스)
 
경찰과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말은 이렇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1월6일 발생했다. 변호사 신분이었던 이 차관은 당일 음주 뒤 한 택시에 올라탔으나 곧 잠든 채 서초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이면도로까지 이동했다. 이후 택시기사 A씨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알리면서 깨우자 이 차관이 멱살을 잡는 등 폭행했다는 것이다. 당일 A씨는 이를 112에 신고했고 경찰 조사가 시작됐다. 사건 관할인 서울 서초경찰서는 사건 당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정식 입건 전 내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A씨는 사건 당일 차내 블랙박스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어 녹화했다. 자신의 개인택시에 장착된 블랙박스는 녹화된 영상을 4시간 동안만 유지하고 이후에는 자동 삭제되기 때문이다. A씨는 이 영상을 친구에게도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튿날 이 차관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서초서에 제출했다. 경찰이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전날 1차 조사 뒤 이 차관과 합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A씨를 같은 달 11일에 불러 조사했다.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찍은 사건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서초경찰서 담당 형사에게 보여줬으나 증거로 채택되지 않자 삭제했다. 
 
이 차관과 A씨가 합의했고, 경찰도 내사 없이 종결하면서 이 사건은 끝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이 차관이 같은 해 12월3일 법무부차관으로 취임하고 같은 달 19일 언론을 통해 논란이 시작됐다. 애초 논란은 경찰이 법규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집중됐다.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특가법이 적용돼야 하는데 사건 담당 형사가 형법을 적용했고, A씨가 처벌불원의사를 밝히면서 사건을 그대로 종료했다는 것이다. 
 
원인은 사건 당시 상황을 증명할 물적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블랙박스 영상이 결정적 증거였지만, 경찰은 이 영상이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블랙박스에 담긴 영상을 통해 당시 택시가 운행 종료였던 것으로 확인되면 경찰의 형법 적용은 문제가 없다. 그러나 '운행 중'이었다면 이 차관에게는 특가법 적용이 검토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12월28일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택시 블랙박스에 당시 영상이 녹화돼 있지 않았다"거나 "블랙박스에 영상이 남아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서 이를 뒤집는 증거가 확보됐다. 당시 블랙박스 영상을 녹화한 A씨의 스마트폰 속 영상이 나온 것이다. A씨가 해당 영상을 삭제했지만 검찰이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이를 복원해 낸 것이다. A씨는 지난 주 검찰 조사에서 검찰이 복원해 낸 영상을 확인하고 '변속기를 운행 모드인 D에 놓은 채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26일 특가법 5조의10 2항에 대한 위헌소원 사건에서 승·하차 등을 위한 일시정차의 경우를 '운행 중'으로 봤다. 사건 발생 20일 후다.
 
헌재는 해당 결정문에서 "승·하차 등을 위한 일시정차의 경우는 요금시비 등 대중교통 이용과정에서 다툼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계속적인 운행이 예정돼 있어 운전자에 대한 폭행·협박이 발생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주행 중'인 경우와 공공의 안전에 초래하는 위험성이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 차관에게 불리한 대목으로, A씨가 경찰 진술에서 폭행을 당한 시점을 최초 신고 당시에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이라고 했다가 이 차관과 합의한 뒤에는 도착 후라고 번복한 것도 이 결정에 비춰보면 의미가 크지 않다.  
 
결국, 담당 형사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탓에 논란이 더욱 확산됐다. 국가수사본부장 직무대리인 최승렬 수사국장은 이날 "(담당직원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부분을 토대로 발표했다. (담당 형사가)얘기하지 않았던 부분이 이번 보도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께 상당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담당 형사가 이 차관이 전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유력한 친정부 인사였음을 미리 알고 제대로 된 보고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차관이 유력인사였다고 해도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 인사인 데다가 법무실장 퇴임 후에는 별다른 사회적 활동 없이 변호사 일만 했기 때문에 담당 형사가 곧바로 알아볼 만한 여지는 적다는 것이다.
 
당시 서초경찰서장이나 과장이 이 차관과 같이 사법시험 출신이기 때문에 사건을 은폐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지금까지 개입한 단서가 확인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이 역시 단순한 보고 누락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경찰 간부 출신의 한 법조인은 "연말을 앞 둔 데다가 이 차관과 택시기사가 합의했기 때문에 사건을 단순히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사까지 가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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