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해양수산부가 중국 춘절 앞두고 선사들의 해운운임 실태조사에 착수한다. 공정당국도 부당하게 운임을 인상하거나 운항 횟수를 조절해 경쟁을 제한한 혐의 등을 놓고 선사들의 담합 조사에 칼날을 겨냥하고 있다.
26일 해수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해상운임 상승과 선적공간 부족문제가 지속되면서 관계기관 간 해운운임 조사와 감독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우선 해수부는 중국 춘절 앞두고 북미·유럽항로 운임공표의 실태조사에 나선다. 운임공표는 외항 정기 화물운송 시장의 공정한 경쟁과 거래를 위한 ‘해운법 제28조’에 따라 선사가 받으려는 운임을 화주 등 이해관계인이 알 수 있도록 미리 공개하는 제도다.
중점은 국내 수출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불공정한 해상운임 상승이 타깃이다. 해상운임의 과도한 인상이나 불합리한 저가 덤핑 등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운임공표제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현미경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26일 해양수산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각각 해운운임 실태조사와 해운운임 국제카르텔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뉴스토마토
해수부 측은 “해상운임 상승으로 우리 기업들의 부담이 가장 많은 한국발 북미 및 유럽 항로의 운임공표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라며 “한국해양진흥공사, 한국해운협회, 한국무역협회를 ‘해운거래 불공정 행위 신고센터’로 지정해 선사나 화주의 부당한 행위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도 지난해부터 선사들의 운임담합 혐의를 두고 국적선사 뿐만 아닌 외국적선사에 대한 ‘국제카르텔’를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 조사를 받은 곳은 HMM(옛 현대상선), 범주해운, 고려해운, 한국선주협회 산하 근해협의회와 양밍, TS라인, 머스크(MCC), 완하이 등이다.
해운법 등 현행 해운사들의 운임·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담합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선사 담합의 정당성은 해운법에 따라 ‘사전에 화주단체와 서면으로 협의할 것’, ‘공동행위의 내용을 해수부 장관에게 신고할 것’, ‘공동행위로부터의 탈퇴를 제한하지 않을 것’ 등의 충족 요건이 있다.
즉, 선박의 배치·화물적재·운송조건 등을 부당하게 정해 해상화물운송질서를 문란하게 할 경우에는 제재가 가능하다. 특히 부당하게 운임이나 요금을 인상하거나 운항 횟수를 줄여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담합 적용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선사들의 운임 관련 공동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해운법 제29조에서 정하고 있는 요건과 절차 등을 준수하고 있었는지 여부 및 해운산업의 특성 등을 감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공정위 측은 선사들의 공동행위에 대해 경쟁법 적용을 면제하는 조항을 두고 있으나 ‘선사들의 시장점유율’, ‘공동행위의 내용’ 등의 일정 제한을 두는 국가가 다수라는 판단이다.
예켠대 홍콩은 시장점유율 40% 이하, 싱가포르는 시장점유율 50% 이하를 면제의 조건으로 두고 있다. 일본은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해 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 면제를 제외한다. 홍콩도 운임에 대한 공동행위를 제외하고 있다.
더욱이 유럽연합(EU)은 지난 2008년 10월부터 선사들의 운임 관련 공동행위에 대한 경쟁법 적용 배제를 폐지한 바 있다.
한용호 공정위 국제카르텔과장은 “국적선사 이외에 외국적선사가 포함된 국제카르텔로 조사에 시간이 다소 소요되고 있으나,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석 해수부 해운물류국장은 “일부 선사들이 최근 해상운임 상승에 따른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불공정행위를 한다면 해운시장의 질서 확립을 위해 단호하게 처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