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도 예비군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첫 판결이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8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사건의 쟁점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가 예비군훈련 거부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거나 대신 훈련 받은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한 예비군법 규정은 병역법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국방의 의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예비군훈련도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이라는 점에서 병역법 해당 조항이 정한 '정당한 사유'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7년 6월부터 2개월여간 총 6회에 걸쳐 예비군훈련 소집통지서를 송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훈련을 받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 종교적 신념에 의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것은 예비군법 15조 9항 1호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항변했다. 1, 2심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은 종전의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 따라 유죄를 인정하고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헌재는 2018년 6월 병역의 종류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5조 1항(병역종류조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첫 결정을 내렸다. 이후 대법원도 그해 11월 2018년 11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했다. A씨 사건에 대한 1, 2심 판결은 헌재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인정하기 전에 나왔다. 이후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 거부'를 처음 인정한 사건과 함께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된 뒤 소부로 내려온 뒤 이번에 선고됐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