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카드사들이 선제적으로 카드 단종에 돌입했다. 혜택이 큰 카드 운영을 중단해 수수료 수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수수료 인하 압박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카드사들이 카드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수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자 연초부터 주요 카드를 단종하기 시작했다. 사진/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요 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지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25일부터 33개 신용카드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이 중 29개의 카드는 재발급 시 유효기간 연장이 가능한 반면 4개 카드는 불가능하다. 발급이 중단된 주요 카드는 '내미래 Simple Platinum #‘, '롯데홈쇼핑 Lady', '코리아나 Lady' '하나투어 HI-POINT' 등이다.
체크카드 29종도 같은 날 신규 발급이 중지됐다. 체크카드 역시 13개는 재발급 시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나머지 16개는 그렇지 않다. 2월2일부터는 체크카드인 '요기요 신한카드'도 신규 발급이 중지된다.
지난해 150여개의 신용카드가 단종된 데 이어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단종 속도는 더 빠르다. 올해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신규 발급이 중지된 카드수는 지난해의 3분의 1에 달한다.
업계에선 ‘막차발급 행렬’도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인기 카드가 사라지면서 단종 전날 발급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례가 왕왕 있었다. 국민카드의 'KB국민 탄탄대로 Miz·Mr티타늄카드'가 대표적이다. 이 카드는 전월 실적 80만원 조건을 충족하면 커피, 교통, 주유 등에서 월 최대 10만원이 할인돼 각광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말 발급 중단이 고지되면서 실제 중단 전 발급하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크게 늘었다.
이처럼 단종 카드가 늘어나는 데는 카드 수수료 인하 영향이 크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수익이 감소하자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큰 카드를 운영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올해 카드 수수료 재산정 시기가 도래하면서 단종되는 카드가 더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줄어들면 수익이 감소하는 만큼 소비자 혜택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더욱이 신규 상품은 기존 카드 대비 혜택이 쪼그라드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도입한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다. 당국은 가맹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규 카드 상품 개발 시 소요되는 비용보다 수익이 더 큰 구조로 설계토록 했다. 이런 체계에선 카드사들이 투입 비용을 늘려 소비자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을 크게 확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상품 수익성 측면에서 손실이 안 나도록 주문한 당국 가이드라인 체계에 맞추려면 카드 혜택을 타이트하게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