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000060)의 작년 실적 희비가 엇갈렸다. KB손보는 순이익이 급감한 반면 메리츠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KB손보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5위권 보험사인 메리츠가 손보사 '빅4' 체제를 위협하는 모습이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639억원으로 전년 2343억원 대비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116억원으로 30% 감소했다. 투자영업손익은 12% 감소한 8443억원을 나타냈다.
KB손보 관계자는 "순익 감소는 전반적으로 투자이익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면서 "코로나19로 국내외 투자 환경이 악화됐고 이런 상황에서 대체투자자산 손실이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투자이익이 감소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KB손보는 실적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9년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내실다지기에 집중해왔다는 평가다. KB손보 관계자는 "올해는 기존에 추구해오던 가치경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면서 "동시에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수익구조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메리츠는 상승세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433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영업이익도 6102억원으로 95% 늘었다. 메리츠 관계자는 "이번 순익 상승은 지속적인 매출 증대가 주효했다"면서 "장기보험 고객이 많다보니 그동안 계속보험료가 쌓인 부분도 큰 것으로 보인다. 손해율 개선 등 코로나 반사이익도 일부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보험사들이 실적 부진을 겪었던 2019년에도 메리츠는 순익이 28% 이상 늘며 실적 개선을 이뤘다. 영업이익도 12.8% 증가했다. 메리츠 관계자는 "작년부터 매출증대와 손해율 안정화에 집중해오고 있다"면서 "올해도 같은 기조를 이어가면서 순익 증대를 위한 전략으로 나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리츠화재의 포트폴리오가 장기인보험 위주로 쏠려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과거 무리한 매출 증대로 향후 손해율 악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어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손해율 관리를 위해서라도 장기인보험 판매에 마냥 드라이브를 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장기인보험 실적과 자산운용 측면에서 보면 두각을 나타내는 건 맞다"면서 "하지만 철저히 수익이 나는 위주의 상품으로만 영업력을 강화하기 때문에 흔히 거론되는 대형사들과는 사회적 책임이나 전략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B손보(왼쪽)와 메리츠화재 본사 사옥. 사진/각 사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