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올초 강세장을 이끌었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 사업 철수 등 신사업 추진과 애플카 협력설 등으로 급등했던 이들 종목들이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코스피 역시 3000과 3100 사이의 박스권에서 머물고 있다. 증시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현재로서는 추가 상승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거래일 대비 29.39포인트(0.94%) 내린 3091.24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 5일 1%대 상승하며 3120선을 회복했지만 하루 만에 하락 전환했다. 시장은 현대차그룹 등 대형종목의 이슈에 크게 흔들렸다. 현대차그룹이 애플과의 전기차 위탁 생산 협력 논의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된 까닭이다.
이날
현대차(005380)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통해 “다수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기아차(000270)는 전장보다 1만5200원(14.98%) 급락한 8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고 현대차는 1만5500원(-6.21%) 내린 23만4000원에,
현대모비스(012330)는 3만500원(8.65%) 떨어진 32만2000원에 장을 끝냈다. 특히 애플카 협업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11일 28만9000원까지 치솟았던 현대차 주가는 한달여 만에 20%가량 빠졌다.
연초 증시를 견인했던 대형주들도 조정을 받고 있다. 지난달 11일 9만6800원으로 신고가를 경신했던
삼성전자(005930)는 전장보다 0.60% 하락한 8만3000원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14만원까지 뛰었던 SK하이닉스는 성과급 논란 등에 1.96% 내린 12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밖에 모바일 사업 철수 검토로 지난달 22일 19만3000원까지 상승했던
LG전자(066570)는 0.63% 떨어진 15만7000원으로 보합세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코스피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상승을 이어왔던 만큼 당분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중장기 상승추세는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김귀연 흥국증권 연구원은 “연초 애플카 이슈 중심으로 주가 상승과 밸류에이션 확장 기대감이 이어진 만큼 단기 주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라면서도 “자동차 업체별 펀더멘털에 주목해야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증시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애플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변동성이 확대됐다”면서 “애플과의 실제 협력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번 이슈를 통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시장에서 탑플레이어(Top player)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 현대차그룹 장기 주가상승추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말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달리 퀄컴의 매출액 부진으로 인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하락마감했다”며 “반도체 비중이 높은 한국증시의 단기 상승추세 강화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또 “반도체와 자동차, 2차전지 등 연초 코스피 급등을 주도했던 업종들의 조정양상이 지속되고 있고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고점과 저점이 낮아지고 있다”며 “코스피는 아직 3000~3200p 박스권 등락이 유효하지만 설 연휴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망심리 또는 차익실현 심리가 커질 수 있음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3120.63)보다 7.00포인트(0.22%) 내린 3113.63에 개장한 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뉴시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