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인공지능(AI)부터 배터리, 반도체까지 지식재산권(IP)을 둘러싸고 글로벌 특허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에서는 고부가가치 창출에 필요한 무형자산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대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아 비용으로 털어내는 무형자산 손상차손과 상각이 발생한데다 투자 역시 소극적으로 이뤄진 결과로 분석됩니다.
상위 10대그룹 무형자산이 감소했다. 사진은 삼성 서초사옥. 사진=뉴시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전자·SK·현대차·LG·포스코홀딩스·롯데·한화·HD현대·GS·신세계 등 10대 그룹의 연결 기준 무형자산은 총 58조104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동기에 견줘 0.82% 감소한 수준입니다.
무형자산은 고정자산 중 물리적인 실체가 없는 자산으로 특허권이나 영업권, 지적재산권, 연구개발 등을 일컫습니다. 이 같은 무형자산은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기업의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실정이지만, 국내 주요 그룹에서는 무형자산 쌓기에 소홀한 모습입니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자동차와 한화, SK그룹만 무형자산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신세계 그룹의 무형자산 장부가액은 5584억1393만원으로 작년 동기(6142억 4036만원)에 견줘 9.09% 쪼그라들었습니다.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금액은 없지만, 비용적 성격인 무형자산상각비(104억2800만원)가 반영됐습니다. 앞서 신세계는 G마켓·옥션을 3조원에 인수했지만 SSG닷컴과 물류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며 영업권 상각만 발생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표=뉴스토마토)
LG그룹의 경우 무형자산이 135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 감소했는데 무형자산 손상차손으로 올해 1분기 75억9800만원을 인식했습니다. 손상차손이란 자산의 미래가치가 현재(장부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상각하는데 LG의 무형자산 손상차손은 전년동기와 비교해 10배 늘었습니다. 이밖에 롯데지주와 포스코홀딩스, HD현대, 삼성전자의 무형자산 장부가도 1년 전보다 감소했습니다.
반면 현대자동차의 무형자산은 6조2985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4.5% 증가했는데 내부개발과 개별취득액이 3643억원으로 23.4% 뛰었고 연구개발활동 총 지출액은 15.9% 오른 8999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SK그룹의 영업권 이외의 무형자산은 11조5689억원으로 0.2% 늘었는데 주파수·시설사용이용권과 산업재산권, 브랜드·고객 관련 무형자산은 감소했지만 개발비와 석유자원개발, 회원권은 증가했습니다.
한편 시장에서는 정부의 밸류업 정책 수단과 경로를 고려할 때 무형자산에 더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정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혁신의 원천은 무형자산 투자”라며 “인적자본, R&D 등 무형자산 투자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혁신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인센티브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