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2.25%로..가계·기업 부채우려(종합)

23개월만의 금리인상..여건은 충분
'국내경기 낙관적 시각 + 물가상승 압력' 고려한 조치
김중수 "시장에 신호 보내며 금리 결정할 것"

입력 : 2010-07-09 오후 3:38:01
[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가계 부채 부담이 커지는 등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정은 김 총재의 국내경기에 대한 자신감이 나타난 것이란 의견이 많다.
 
◇ "의외의 결과"..하지만 금리 인상 여건 충분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 2008년 8월 이후 2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은 당시 연 5.00%였던 기준금리를 연 5.25%로 올렸으나 금융위기로 이듬해 2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 기준금리를 연 2.00%까지 낮췄었다.
 
그러나 중소기업 대출 유인을 위해 총액대출금리는 현행대로 1.25%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8월 인상설을 점쳤던 시장의 예측을 깬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서울채권시장 종사자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 채권전문가 71%가 이번 금통위도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5.75%로 예상하면서 '단계적으로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일부 해외투자은행들이 3분기 한은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시장의 경계심리도 팽배한 상태였다.
 
채권가격도 하락하면서 지난 8일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5%포인트 오른 연 4.50%를 기록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연 3.94%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달 22일 "현재의 금융완화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인플레이션이나 자산가격 급등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언급, 취임 후 처음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지적하기도 했다.
 
◇ '국내경기 낙관적 시각 + 물가상승 압력' 고려
 
금리 인상의 주된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한은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도 우리 경제는 수출 호조 및 소비ㆍ설비투자 증가 등에 힘입어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 밝혔다.
 
또 이날 발표한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상승률이 2%대 중후반에 머물고 있으나 앞으로 경기상승세 지속에 따른 수요압력 증대 등으로 상승압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국내 경기에 대한 낙관론적 시각을 바탕으로 향후 물가불안 압력이 거세질 것을 우려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김중수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GDP갭, 인플레에 대한 기대치, 고용, 대외경제상황 등을 고려해서 금리를 결정한다"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도 세계경제 성장전망을 상향하는 등 대외변수가 국내 경제에 큰 위험요소라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 가계·기업 부채 부담 가중될 듯
 
금리를 인상하면서 당장 가계와 기업부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은행권의 6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417조8700억원에 달한다.
 
은행들도 대출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을 올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9일 91일물 CD금리를 전일보다 0.17%포인트 높은 2.63%에 고시했다. 지난 4월7일 2.63%이후 3개월여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우리나라는 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많다"며 또 "고소득층인 소득 4~5분위가 전체부채의 70%를 갖고 있기 때문에 0.25%포인트 인상이 가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는 의견을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앞으로 금리인상이 어떤 추이를 보일까에 있다.
 
김총재는 시장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베이비스텝'으로 올린다는 전망에 대해 "아직 국제 금융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앞으로도 시장에 충분히 시그널(신호)를 보내면서 금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threecod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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