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에게듣는다)④조재민 KB운용 대표

유행이 휩쓸고 간 뒤의 후유증 대비해야..자문사관련株 '막차'

입력 : 2010-07-12 오전 8:06:22
[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7공주, 4대천왕? 잊어야해요. 유행이 한 번 휩쓸고 지나가면 그 후유증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 8일 여의도 KB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조재민 대표는 최근 증권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자문사 랩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자문사 랩은 일시적 유행일뿐 자칫 뒤쫓아 투자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7년 중국펀드나 러.브펀드(러시아,브라질)가 그러했고 같은 해 조선주들이 유행처럼 주가가 급등했다가 이후 좋지 못한 결과를 보였다는 점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
 
실제 현대중공업(009540)은 2007년11월7일 55만원까지 치솟았지만 다음해 1월 30만원선으로 주저앉았다. 이후 횡보세를 지속하며 현 주가 역시 25만원선으로 고점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는 형국이다.   
 
조 대표는 “소수종목의 단기매매가 성공하는 구간이 있다. 시장이 박스권에 놓여있으면 투자자들이 답답해하는데 공모펀드와 달리 단기간에 10% 먹고 나오는 것을 랩이 보여주다 보니 인기가 있다"며 "그러나 이러한 신기루에 휩쓸려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단기수익을 추구하며 과다매매를 하다보면 결국 뒤탈이 생기기 마련.
 
랩 운용의 투명성도 문제다. 자문형랩을 보면 다수한테 계좌를 받은 뒤 자문사의 포트폴리오를 토대로 10계좌, 1000계좌든 한꺼번에 다 돌리고 있다. 
 
조 대표는 “랩이란 1대1 컨설팅에 의해 투자가 진행돼야 하는 게 기본적 원칙"이라며 "랩은 1대1 일임매매로 운용되고 소액다계좌의 경우 펀드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도를 걷는 투자..KB성과의 밑거름
 
단기수익을 쫓지 않고 정도를 중요시하는 투자철학은 KB운용 경영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5월 KB운용 대표 취임 이후부터 회사의 펀드라인업을 재구축 작업에 몰두했다. 
 
비슷비슷했던 다양한 이름의 펀드를 각각 성장- 가치- 혼합형 등 유형별로 크게 분류했다. 이중 각각의 대표펀드를 만들어냈다.
 
조 대표는"비슷한 이름만 나열된 펀드들이 너무 많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펀드 유행을 뒤쫓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이달에 출시된 배당주펀드를 끝으로 더이상 신규펀드  출시는 없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펀드매니저에 대한 성과 평가기간부터 3년으로 늘렸다. 단기적 성과를 강조하는 평가시스템은 결과적으로 펀드매니저들로 하여금 무리한 운용을 조장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반년도 못됐지만 변화에 의한 결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올 들어 펀드환매가 지속되고 있지만 KB운용에는 오히려 3000억원 가량 자금이 순증한 것. 펀드 수익률 역시 나쁘지 않다. 설정액 5000억원 이상 운용사 중 국내주식형펀드 수익률에서 KB자산운용은 3년 연속 2위를 기록했다.
 
조 대표는 "단기간에 1등을 내기는 쉽지 않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추구하면 최상위권으로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하반기 박스권 지속..내수·금융株 '관심'
 
그가 보는 향후 증시 전망은 어떨까. 
 
조 대표는 3분기까지는 현재의 횡보국면을 지속한 뒤 연말경 박스권 상향 돌파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경기모멘텀이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기업 실적에 대한 확신이 힘을 보탤 수 있다는 판단이다.
 
1600~1800선이란 박스권을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증시가 강한 랠리를 이어가기는 어렵고 국내에서는 1700선 위로 물려있는 펀드환매물량이 부담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향후 세부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업종, 특히 내수나 금융쪽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줄 겁니다. IT나 자동자의 경우 현 주가가 실적모멘텀을 이미 상당부분 반영했다고 봅니다. 향후 상승탄력이 둔화될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삼성전자(005930)는 실적에 비해 현 주가가 저평가돼 있으므로 관심을 가져 볼 만합니다."
 
조재민 대표는=서울대와 뉴욕대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뒤 1988년에 씨티은행에 입사했으며 동양종금에서 딜러로 일했다. 1996년 홍콩으로 건너가 프랑스 크레디트아그리콜과 영국의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에서 아시아채권팀장을 지냈다. 1999년 한국으로 돌아와 마이다스에셋 인수지분에 참여하면서 이듬해부터 작년 5월 KB자산운용 대표로 영입되기 직전까지 10년간 이 회사 대표이사를 맡았다. 
  
뉴스토마토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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