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고배당에 나선 카드사와 달리 캐피탈업계 배당 규모는 제자리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진 데다 당국이 레버리지 규제 강화를 예고한 탓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캐피탈 업체의 지난해 배당액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롯데캐피탈의 배당총액은 2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266억원) 대비 14.3% 줄었다. 배당률이 16%에서 13.7% 하락하면서 총액도 감소했다.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하락세다.
DGB캐피탈은 작년 배당액을 140억원으로 책정했다. 전년(149억원)보다 6.4% 하락한 것으로, 배당률은 11.4%에서 9.2%로 내려갔다..
현대캐피탈과 하나캐피탈은 배당총액과 배당률이 증가했다. 현대캐피탈의 배당총액은 918억원으로 전년(895억원)보다 6.6% 늘었다. 배당률은 18.02%에서 18.48%로 약 0.4%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캐피탈은 300억원의 배당액을 결정했다. 전년(250억원)보다 20% 상승했다. 배당률은 보통주 5.12%, 기타주 5%로 책정했다. 금융자산 손익 증가로 당기순익이 전년보다 60.2% 증가하면서 배당액이 늘었다.
KB캐피탈은 아직 배당 규모를 결정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무배당 정책 기조를 펼친 바 있다.
이처럼 캐피탈업계에서 배당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것은 코로나 장기화 여파 때문이다. 업계에선 지난해 대출 수요 확대로 이자수익이 증가한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출 원리금 상환 재유예 정책으로 건전성이 일시에 악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캐피탈업체를 이용하는 차주의 경우 저신용자 비중이 높아 부실 위험이 크다. 당국은 오는 3월 말 종료되는 원리금 상환 유예에 대해 세 번째 연장을 검토 중이다.
레버리지 규제도 배당 확대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당국은 올해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에서 캐피탈사에 적용하는 레버리지 배율을 기존 10배에서 8배 수준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레버리지 배율은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지표로, 한도가 하락하면 자본 축적 요구가 커진다.
업계에선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하는 점도 배당액을 줄이는 이유로 꼽았다. 캐피탈사들은 최근 주사업 분야인 자동차금융에 카드사들이 진출해 경쟁이 심화되자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사업의 경우 장기간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만큼 투자 여력을 비축하기 위해선 당분간 배당 규모를 확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캐피탈업계가 비슷한 실적을 유지하면서 배당액도 큰 변동이 없었다"며 "당국의 레버리지 규제 배경과 해외투자 여력 확보 등의 요소도 종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