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불 지핀 규제…기업 '탈한국' 할까

쿠팡 '위험 요인'으로 한국 규제 명시
이커머스 관련 규제 입법 잇달아 진행

입력 : 2021-02-16 오후 4:53:15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쿠팡이 한국 증권시장 대신 뉴욕 증권거래소 직상장을 선택한 가운데, 최근 정부와 정치권이 이커머스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규 산업이 성장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규율은 필요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세나 매출액만으로 플랫폼 사업자를 '갑'으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16일 유통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법,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대규모유통법,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이 추진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법은 온라인플랫폼과 입주업체 간 공정거래를 위한 법안으로, 계약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플랫폼 사업자의 연대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보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법 집행과 피해구제 확대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 대규모 유통업자에 이커머스를 포함하는 '대규모유통업법'과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수수료와 현황 공개 등을 하도록 하는 '대·중소기업 상생법' 등도 발의됐다.
 
업계에선 중복·과잉 규제 우려와 함께 단순히 플랫폼을 '갑'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규제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상품 노출 방식이나 입점사 보호를 위해 법규나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이미 전자상거래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통해 일정 부분 지켜지고 있다"면서 "뚜렷한 수익을 내는 기업도 없고, 서비스를 강화하며 성장하고 있는 시장의 성장성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안을 비롯해 최근 이커머스 규제 관련 주요 법안이 여럿 발의돼 정부 부처·국회에서도 중복 입법 논란이 일었다. 
 
쿠팡은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코로나19, 북한 이슈 등과 함께 한국의 규제를 '위험 요인(RISK FACTORS)'이라고 명시했다.
 
쿠팡은 "일부 사업은 한국 정부의 유통 관련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비용이 더 소요될 수 있고, 재무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정부의 요구로 주주가치 극대화에 어긋나는 경영상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택한 것처럼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지속된다면 고용과 투자 감소뿐 아니라 '탈한국'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서비스에 한정된 기업이면 외국 증시 상장이 힘들겠지만,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인지도가 높아진다면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뿐 아니라 우리나라 규제를 덜 받는 장점이 있어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쿠팡 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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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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