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연임을 앞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산업재해 책임과 함께 각종 의혹에 휩싸이며 궁지에 몰렸다. 연임 여부가 결정될 정기 주주총회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포스코 지분율 구성을 볼 때 표 대결을 통한 해임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자진 사퇴를 계속해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다음달 12일 정기 주총을 열고 최정우 회장 연임 여부를 결정한다. 포스코 회장의 임기는 3년으로, 최 회장은 2018년 7월 취임했다.
포스코의 지분 구성을 보면 소액주주 비율이 70%에 달한다.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11.17%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5.23%로 다음으로 지분이 많다. 이밖에 포스코가 자기주식·자기주식 신탁으로 12.69%를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 70% 중에서는 외국인 비율이 50% 이상에 이른다. 외국인 투자자는 의결권 자문 기관의 권고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최 회장 연임 반대 의견을 낸 의결권 자문사는 없다.
이 때문에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발휘해 연임 반대표를 던진다고 해도 해임은 쉽지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전례를 볼 때 정기 주총에서 회장이 해임된 적은 없었다"며 "자진 사퇴를 통해 자리에서 내려오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주총 표 대결을 통한 해임은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은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자진 사퇴를 계속해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최 회장 취임 후 포스코의 산재가 늘었다며 연임을 반대하는 상황이다.
정치권과 포스코 노조가 연임을 반대하면서 최정우 회장이 궁지에 몰렸다. 사진은 지난 22일 국회 '산재 청문회'에 참석한 최정우 회장. 사진/뉴시스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재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임종성 의원은 "포스코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반복 발생하면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한 단계 하락했다"며 "자진 사퇴할 생각 없냐"고 최 회장에 직접 묻기도 했다. 노웅래 의원도 최 회장이 허리 지병을 이유로 청문회 불출석을 통보한 것과 관련해 "건강에 자신이 없으면 그만둬야 한다"며 "왜 연임에 연연하냐"고 말했다.
정치권의 압박은 앞으로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은 이날 산재 책임 외에도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최 회장이 청문회 출석에 대비해 지난 3년간 위험성 평가 보고서를 수정했다는 의혹과 함께 임원 자녀들의 계열사 특혜 채용, 자사주 매입을 통한 부당이득 취득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가운데 정치권에 이어 포스코 노동조합도 사퇴를 외치면서 최 회장의 앞길은 더욱 캄캄한 상황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의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고 혁신도 가능하지 않다"며 "정기 주주총회 이전에 겸허하게 연임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것이 정도경영"이라고 밝혔다.
한편 최정우 회장은 최근 잇따른 산재에 대해 "노후 시설과 관리 감독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며 "지속해서 신속하게 안전 시설물을 개보수하면 산업재해는 상당히 줄 것이며 이를 통해 무재해 작업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