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삼성중공업이 잇따라 선박 주문을 받으며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올해 흑자 전환을 위한 과제는 재고자산으로 처리된 원유시추선(드릴십) 매각으로, 최근 유가가 오르면서 이 또한 낙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24일 삼성중공업 공시에 따르면 회사는 1~2월 모두 1조9005억원어치 선박을 수주하며 올해 목표인 78억달러(한화 약 8조6713억)의 21.9%를 달성했다. 구체적으로 컨테이너선 9척(1조2425억원), LNG운반선 1척(1993억원), 초대형 원유운반선 4척(4587억원)을 수주했다.
특히 이달 들어 1조원 규모 LNG 연료 추진선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며 친환경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에서 발주한 LNG 추진 원유운반선 46척 중 26척을 수주하며 점유율 1위(57%)를 기록 중이다.
하반기에도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장에서는 삼성중공업이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드릴십 소송 악재를 털면서 불확실성도 줄였다. 삼성중공업은 2006~2007년 드릴십 수주 과정에서 뇌물을 줬다며 미국과 브라질에서 소송을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브라질 당국도 최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수년간 이어진 소송 리스크를 털어낼 수 있게 됐다. 다만 합의금으로 브라질 당국에 약 1650억원을 지급해야 하며, 미국에는 2019년 900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합의했다.
삼성중공업이 연이어 수주 소식을 알리며 올해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이 커진다. 사진/삼성중공업
이처럼 수주 상황이 나아지고 소송 악재도 사라지면서 흑자 전환을 위한 앞으로의 과제는 빠른 드릴십 매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으로 수익이 떨어지면서 삼성중공업은 5척의 드릴십을 인도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은 76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이중 약 60%가 드릴십 관련 손실이다.
드릴십을 매각하기 위해선 유가 상승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드릴십은 통상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이익이 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유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배럴당 0.05% 내린 61.67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60달러 이상을 유지했다. 전날엔 4.1% 폭등하기도 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54%까지 하락했던 드릴십 가동률은 62%까지 회복했다"며 "매각 성사 시 평가손실의 환입 및 재무구조 개선과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유가 상승은 미국 한파로 텍사스주 원유 시설이 가동을 줄인 데 따른 결과로, 한파가 끝나면 다시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어 드릴십 매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