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한국은행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3.0%로 유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역성장 충격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나선 셈이다. 만약 3%대 GDP 성장률을 달성할 경우 2017년 4월 이후 최고치의 성적표다. 다만 코로나19 진정세가 올해 중후반까지 계속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2.4%에 그칠 수 있다는 암울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올해 실질 GDP 전망치를 기존 3.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8%에서 5.0%로 상향조정한 반면, 우리나라 성장률은 3.0% 유지를 고수한 것이다. 내년 실질 GDP 전망치도 기존 2.5% 전망을 고수한 상태다.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거리두기 조치 강화와 가계소득 여건 부진 등으로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이나 반도체 등 수출과 설비투자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경제성장률을 견인할 것이라는 분석이 크다.
이번 실질 GDP 전망치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차 재난지원금 효과는 반영되지 않았다. 백신 접종 효과와 관련해서는 방역당국이 제시한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치를 반영했다.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가 대면서비스 소비와 국외 소비를 중심으로 회복되면서 2.0% 상승 가능성을 내다봤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5.0% 감소한 상태다. 상품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반도체 수요회복으로 7.1% 급등할 전망이다. 상반기에는 13.0%, 하반기에는 2.0%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는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 흐름을 보이는 등 5.3% 상승 전망을 내비쳤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4.1%, 건설투자는 0.8% 상승을 내다보고 있다.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치에는 코로나 확산세가 완만한 속도로 둔화하다가 올해 중후반 이후 점차 진정되는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중후반까지 계속된다면 실질 GDP 전망치가 2.4%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아울러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3%로 제시하는 등 기존 전망치 1.0%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국내 경기가 점차 개선되고 국제유가의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전·월세 가격 상승세도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내년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치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기조효과 등을 반영한 결과다.
기준금리는 연 0.50% 수준을 유지키로 했다. 지난해 3·5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낮아진 후 이달까지 총 6차례 연속 동결이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기준금리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국내 경제가 안정적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될 때까지 완화기조 유지할 것"이라며 "코로나 확산세와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될지 등 경기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상이라든가 본격적으로 정상화하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언급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은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