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친환경 변화 바람 부는 유통가… 배달 용기책도 절실

입력 : 2021-02-25 오후 3:29:23
분리수거장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종종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배달음식물이 남은 용기가 버젓이 플라스틱함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위에는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 봉투에 담아 버려주세요. CCTV를 확인해 과태료를 부과하겠습니다'란 안내문이 무색하게 붙어 있었다. 이쯤 되면 라벨이나 송장이 그대로 붙어 있는 음료병이나 택배 박스는 양반으로 보일 지경이었다. '누군 시간이 남아서 플라스틱 용기를 씻고 일일이 라벨을 제거하나'란 생각과 함께 '재질이 모두 달라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데 내가 버린 건 잘 걸러지긴 할까'란 두 생각이 교차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배달과 택배 등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배출도 크게 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플라스틱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전년 대비 14.6%가 늘었다. 쌓인 쓰레기만큼 죄책감도 쌓이자 일각에서는 음식 배달·포장으로 발생하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자는 '#용기내' 챌린지가 확산하고 있다. 다회용 용기 포장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으로, SNS나 유튜브 등에는 실제로 다양한 인증샷이 올라와 있다.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는 청주에 사는 117개 가정을 선발해 100일 동안 쓰레기양을 줄이고, 감축 방안을 공유하는 쓰레기 줄이기 실험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환경에 대해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자 유통가와 식품업체들로 무라벨 생수를 보급하거나, 포장재 자체를 생분해 플라스틱을 이용하고, 용기에 붙였던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는 등 친환경 행보에 나서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친환경 포장용기 일부 품목을 2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해 식당업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다만, 단일재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용기라도 배달 과정에서 비닐이 붙어 이중재질이 되면서 재활용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많다. 또, 수거 인력에 따른 별도 비용으로 다회용기는 사용하기 힘든 구조다.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하위법령의 개정안을 지난 15일부터 다음 달 29일까 입법예고했다. 음식을 배달할 때 불필요한 1회용품을 제한하고, 커피전문점이나 제과점 매에서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빨대 등 사용이 금지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나, 단순히 정부 규제나 생산자들이 부담을 지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선 쓰레기 없는 삶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인 '제로웨이스트'가 확산하고 있다. 불편함을 감내할 소비자의 인내와 기업·정부의 노력 삼박자가 맞아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오늘부터 시작한 생활 속 작은 실천과 기업·정부의 고민이 미래를 바꿀 것이다.

홍연 산업2부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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