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단순한 스마트 도시를 넘는 '스마트 포용도시'가 돼야 합니다. 스마트한 기술을 쓰되 포용적인 방향으로 가야 이용자가 특별한 기술이나 스마트한 지식 없더라도 효율을 늘릴 수 있습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지난달 24일 <뉴스토마토>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스마트 도시가 노인 같은 '디지털 문맹'이나 약자도 이용하기 쉬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9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디지털시티'라는 명칭으로 시작한 스마트 도시는 처음에는 시민이 이용하는 사이버 공간 정도의 의미를 지녔다가 점차 의미가 확대됐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도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공공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교통 등 도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시민에게 안전하고 윤택한 삶을 제공하는 도시를 뜻한다. 성동구는 스마트 도시에다가 포용 가치를 더해 사회적 약자가 기술 발달로 인한 삶의 질 향상을 다른 시민과 동일하게 누리도록 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정 구청장은 "스마트 시티는 전세계 도시들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포용도시 역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포용도시는 굉장히 많은 시간적·경제적 노력이 필요하며 스마트도시의 경우 기술을 위한 기술로 가면 아무도 쓰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마트한 기술과 적절한 기술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짧은 시간에 포용지수 높여가는 것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 미래상"이라며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결국 스마트포용시대가 더 뚜렷해질거라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성동구가 꼽는 스마트포용도시의 대표 성과는 스마트횡단보도와 스마트 쉼터다. 8종의 첨단 기술이 집약된 스마트횡단보도에서는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를 위해 청색·적색으로 된 바닥신호등을 설치해 쉽게 보행 신호를 인식하도록 했고, 적색일 때 차도를 넘어가면 경고 음성이 나오는 등 주의를 주고 있다. 밤에도 한눈에 횡단보도 선을 알아볼 수 있게끔 집중 조명을 설치하기도 했다. 버스 기다리는 장소인 ‘성동형 스마트 쉼터’의 경우 교통 종합정보 제공, 지능형 CCTV 영상관제, 사물인터넷(IoT) 원격제어 등 첨단 기능을 접목했다. 이외에 QR코드를 이용한 모바일 전자명부 역시 전국에서 최초 도입한 바 있다.
정 구청장은 "스마트횡단보도에서는 운전자들이 안전선을 완벽하게 지킨다"며 "교통약자 보행인이 심리적 안전을 느껴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 역시 멀리서 볼 때 횡단보도가 뚜렷하게 보이기 때문에 초행길이라도 인식하기에 굉장히 좋다"면서 "학교 근처는 교통 수요량이 적더라도 다 설치해 스마트횡단보도 설치를 올해 안에 마무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화상 인식 때문에 스마트 쉼터 이용이 처음에는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누구라도 조금만 해보면 (다음에는) 그냥 이용할 수 있다"며 "접근성은 높이고 이용 시설은 스마트한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추진하는 정책은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춘다. 정 구청장은 "네이버나 다음 지도에 안 나오는 골목길, 공원, 산책로 등 로드맵을 '성동구 스마트맵'을 통해 주민에게 공개하겠다"며 "쓰레기 무단투기라든지 사고 위험 지역에 대해 인공지능(AI)로 미리 체크해서 안내방송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포용도시와 더불어 성동구의 특징은 서울에서 가장 높은 출생률이다. 지난해 성동구 합계출산율은 잠정 0.79명으로 서울 전체 0.64명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고 4년 연속 서울 내 1위를 기록했다.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어린이집 조성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지역 내 어린이집은 지난 2월 현재 81곳이다. 정 구청장은 "2세 계획의 첫 번째 고려 대상은 어린이집"이라면서 "어린이집을 많이 지어 공보육률이 올라간 시점과 출산율이 높아진 지점이 겹친다"고 말했다.
이어 "출산 수당은 축하금 정도로 의미를 둬야지 출생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보육, 교육, 주택, 일자리 정책이 종합적으로 맞물려야 된다"고 정부에 조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필수노동자 지원 조례를 전국 최초로 만들기도 한 성동구는 필수노동자에 속하는 보육 종사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기를 앞당기자고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다. 정 구청장은 "학교 가기 전 아이는 사실상 면밀한 접촉 돌봄 필요하다"며 "어린이집, 유치원 등 교사가 백신을 먼저 맞아야 부모가 안심하게 돼 사회 경제 활동이 훨씬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 사진/성동구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