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도 투자 받는 시대, 골목 상권 벗어나 해외로 나가야”

민홍기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 인터뷰
네이버, 100억원 출연해 재단 설립…누적 출연금 500억원 달해
"엔젤투자자, 소상공인 투자 관심 많아…10억원 가치 평가도"
"재단 입주 소상공인 온라인 강화해 매출 95% 증가"

입력 : 2021-03-07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이제는 소상공인도 투자를 받는 시대다. 벤처·스타트업들이 데모데이를 하는 것처럼 소상공인도 쇼케이스데이를 열어 여러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민홍기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은 최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하며 재단의 역할과 향후 소상공인 지원 방향 등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민홍기 중소상공인희망재단 이사장이 지난 4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뉴스토마토>와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상공인희망재단
 
소상공인에 관심 없던 시절, 네이버 100억원 출연
 
재단은 지난 2014년 네이버에서 100억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당시만 해도 중소기업이나 창업·벤처기업을 지원해주는 기구는 여럿 있었지만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상공인은 소외 받는 분위기였기 때문에 당시 네이버의 결정은 선지적이었다는 게 민 이사장의 전언이다. 현재까지 네이버의 누적 출연금은 500억원 수준에 달한다.
 
민 이사장은 “지금은 너나 없이 소상공인 얘기를 많이 하지만 당시엔 소상공인 하면 동네 구멍 가게를 떠올리던 시절이었다”라며 “법에서 제대로 보호를 못 받는 이런 분들을 위해 지원을 제대로 해보자는 차원에서 재단이 만들어졌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일반 중소·벤처 기업과 마찬가지로 소상공인도 데스밸리(Death Valley, 스타트업이 자금 유치 실패 등으로 인해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실패하는 시기)를 겪는다. 창업 초기 소상공인 중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경우는 20~3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데스밸리를 극복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게 현재 소상공인 업계의 현실이다.
 
민 이사장은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기술력이나 자금, 마케팅 부분에서 정보가 부족하다 보니 창업 후 3년에서 5년이 지나면 폐업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이런 분들이 데스밸리를 잘 빠져나오게끔 도와주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엔젤투자자 1억 투자, 가치 평가만 10억”
 
재단은 벤처·스타트업이 진행하는 데모데이(스타트업이 개발한 데모 제품, 사업 모델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처럼 소상공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쇼케이스데이를 지난 2019년 하반기부터 열고 있다.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민 이사장은 “실제 엔젤투자자들이 직접 행사에 참석해 소상공인 업체 두 곳에 각 1억원씩 투자해 가치 평가를 10억원까치 책정하기도 했다”면서 “엔젤투자자들도 이런 행사를 신선하게 느꼈던 것 같고 소상공인들의 호응도도 높았다”고 행사 분위기를 전했다.
 
쇼케이스데이가 소상공인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작년 하반기부터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도 먼저 연락이 와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기존에 없었던 상금까지 생기면서 앞으로 쇼케이스데이에 지원하는 소상공인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 이사장은 “일반 기업이라면 투자 설명서를 만들고 기술력을 홍보하는 전담 부서가 따로 있겠지만 소상공인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런 부분들을 도와주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 입주 소상공인 매출 95% 증가…비결은 온라인화” 
 
작년 한 해 동안 소상공인 업계는 코로나19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충격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재단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은 그 여파를 조금이나마 피해 갈 수 있었다. 그 비결로는 온라인화가 손 꼽힌다.
 
재단에 따르면 이 곳에 입주한 소상공인 업체 수는 50개에 이른다. 이 중 29개사는 작년 한 해 평균 매출이 95% 증가했다. 나머지 업체 중 일부는 매출이 감소하거나 정체되기도 했지만, 여타 일반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은 것과 비교한다면 놀라운 성과인 셈이다.
 
민 이사장은 “포토샵 교육이나 촬영 스튜디오 제공 등 무료로 수준별 특화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결국엔 온라인 비즈니스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의지가 중요하다. 의지가 있는 분들께 사업도 제안하고 플랫폼 제작을 도와드리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소상공인 온라인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최근에야 업계 화두로 떠올랐지만 재단은 설립 당시부터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다. 현재 19개 정도의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핵심은 온라인 역량 강화 교육 사업과 판로 지원 사업이다.
 
민 이사장은 “소상공인도 이제는 골목 상권을 벗어나 해외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면서 “우리 패션이나 수제 간식 등은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동남아시아나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마침 이날 코트라(KOTRA)에선 소상공인 수출지원센터 개소식이 열리기도 했다. 민 이사장은 “코로나 이전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존 방식은 전혀 달라질 것”이라면서 “다양한 플랫폼 사업체와 연계·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소상공인들에게 더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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