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그 우려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동차 업체의 수요 예측 실패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길어봤자 6개월이면 끝날 것이란 전망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는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주목 받았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자동차 업계의 수요 예측 실패가 꼽힌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할 것을 예상하며 일찌감치 생산 공장을 셧다운(가동중단)하거나, 감산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주문 물량도 줄였다.
반도체 업계는 주문 감소에 따라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축소했다. 그러나 신차 효과, 코로나19 안정화로 자동차 수요가 회복되면서 반도체 공급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 공급부족 문제가 본격화하며 도요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포드, 르노 등 해외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여기에 최근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한파로 반도체 부족 우려가 더 커졌다. 차량용 반도체 1, 2위 업체인 네덜란드 NXP와 독일 인피니언의 공장이 멈췄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하지만 반도체 업계는 공급부족 우려가 시장에 부담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앞으로 생산 확대가 예상되는 점에서 과도한 불안감을 경계했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어느 산업이나 그렇겠지만 공급 부족현상이 1년 이상 이어진 것도 아니고 1~2달만 가지고 장기화하고 있다는 표현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생산에는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30일에서 90일 가량 걸린다. 반도체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 주문이 줄어든 사이 가전, PC용 비중을 늘렸다. 이 기간 동안 주문받은 다른 분야 반도체 생산을 모두 소화해야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다시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반도체 생산 비중이 감소한 탓에 갑작스럽게 증가한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을 뿐, 수급난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업체가 차량용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면 공급부족 문제는 빠르게 안정화될 것"이라며 "현재 수급 불안정 상황은 반도체 업체가 당장 투자를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고민한다고 개선책을 내놓을수도 없다. 반도체 업계가 얼마 지나지 않아 생산량을 늘리면 자연스레 수급 불균형이 줄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수익성이 높은 시장도 아니고, 자동차 업체가 수요 예측을 잘못해 공급부족 사태가 발생했는데, 갑작스레 많이 만들어 달라고 한들 바로 가능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이 사태는 길어도 6개월이면 해결될 사안이다. 1년 이상 갈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