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기록한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006400),
SK이노베이션(096770))가 올해는 중국에 자리를 내줘야 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업체들이 한국 배터리를 위협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자국 시장은 물론 세계 각국으로 거래선을 확대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에너지전문 시장조사업체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세계 전기차 판매 시장에서 중국 배터리 5사(CALT, BYD, CALB, Guoxuan, AESC)의 점유율은 48.3%로 세계 78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27.2%로 2위, 일본 배터리 2사(파나소닉, PEVE)가 17.0%로 3위를 기록했다.
사용량 기준으로도 중국이 압도적인 1위다. 지난 1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총 13.7기가와트시(GWh) 중 절반 이상을 중국(6.6GWh)이 차지했고 한국(3.7GWh)은 2위, 일본(2.3GWh)은 3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7.0GWh)과 비교해 전체 총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은 중국 사용량(2.5GWh)이 3배 가량 늘면서다. 특히 중국의 대표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사용량은 4.3GWh로, 국내 배터리 3사를 모두 합친 것보다 규모가 컸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한·중·일이 주도하고 있지만 3국 중 중국은 지난해를 제외하고 항상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중국시장이 주춤한 영향에 국내 배터리 3사 시장 점유율이 36.2%로 전년(15.8%) 대비 2.3배나 올라 처음으로 1위를 탈환했다. 2위는 중국(34.9%), 3위는 일본(22.5%)이다. 그러나 주춤했던 중국 내 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보복 소비 심리가 작용하면서 지난해 9월부터 다시 중국이 바짝 추격해오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은 중국 정부가 자국 회사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에 더해 기술력까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부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자리를 유지해온 CATL은 배터리에서 모듈을 빼는 '셀투팩' 기술을 개발해 배터리의 무게와 부피를 줄였다. 전기차 배터리는 셀이 모인 모듈, 모듈이 모인 팩으로 구성된다. CATL은 모듈을 없애고 공간을 확보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부품수를 줄여 비용까지 절감했다. CATL은 지난해 7월부터 테슬라 중국 내수용 '모델3'에 이같은 기술을 적용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최근
현대차(005380)도 오는 2023년 이후 출시하는 전기차 플랫폼 E-GMP 3차 물량의 배터리 공급사로 중국의 CATL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내수 시장은 물론 유럽을 비롯해 여타 국가로 공급처를 다변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1위 배터리 기업인 LGES의 경우 3위 업체인 SK이노와 배터리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다가, 최근 현대차 코나EV 화재 관련 리콜로 이미지 타격을 입었다. 삼성SDI의 경우도 BMW와 포드사에 탑재한 배터리 리콜 이슈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배터리 제작사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견제 방침에 따라 미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중국이 유럽 진출을 본격화할 경우 전세계 배터리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의 독점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3국 중 가장 낮은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인 일본은 저무는 배터리 산업 육성과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전지 공급망 협의회' 설립 계획을 내놨다. 사단법인 형태로 출범하는 협의회에는 대기업인 파나소닉과 도요타자동차 합작업체인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 원재료 공급업체인 스미토모 금속광산 등 배터리 관련 기업 30개사가 참여한다. 협의회는 니켈, 리튬 등의 원자재 조달은 물론 효율적인 배터리 생산·공급을 위해 기업간 협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