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기로 선 K게임)②자율규제 속 꼼수로 지탄받는 3N, 자구책 내놓을까?

넥슨의 추가 확률 공개에 엔씨소프트·넷마블 긴장 "검토중"
최고 수익모델 된 확률형 아이템...확률

입력 : 2021-03-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최근 넥슨이 게임업계 최초로 메이플스토리 게임의 확률을 공개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게임회사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해당 게임 내 일부 등급이 애초 달성 불가능하도록 설정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으로 유저들을 기만해온 행위가 포착되면서 게임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에게도 불만의 화살이 겨눠지고 있다. 두 회사 또한 확률 공개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5일 넥슨이 확률 공개에 나선 데 대해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이용자와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일부 임원들 사이에선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게임업체에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하며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으로 확률 공개에 나서야한다는 내부 의견 공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니지 M과 2M에 나오는 신화 무기와 재료 중 일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메이플스토리에 등장하는 류드의 검. 넥슨은 일부 잠재능력 옵션(소위 '보보보', '방방방' 등)이 동시에 여러개 등장하지 않도록 로직을 설정했다. 이에 대해 넥슨은 2011년 8월 레전드리 잠재능력이 처음 추가될 때 밸런스 기준점을 과도하게 초과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이같이 설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안내를 당초에 하지 않아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넥슨을 포함해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의 주력 수익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지난 2004년 일본판 '메이플스토리'에 처음 등장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됐다. 당초 국내 시장에서는 대다수 온라인 게임들이 정액제를 모델로 한 유료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초기 진입장벽이 있어 신규 이용자 유입을 늘리는 데 부담이 있었다. 
 
게임 자체는 공짜고 일부를 부분유료화하는 방식인 ‘확률형 아이템’은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했고, 게임업계의 최대 수익모델로 자리잡았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던전 앤 파이터’, ‘마비노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 등 다양한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적극 도입해 짭짤한 수익을 거두며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010년 7조4312억원에서 2019년 15조570억원으로 늘며 최근 10년 간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시가총액 합계는 60조원이 넘는다.
 
엔씨소프트 사옥 전경. 사진/엔씨소프트
 
확률형 아이템의 최대 수혜자는 엔씨소프트가 꼽힌다. 정액제 게임 중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는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통해 1인당 매출을 극단적으로 높였다. 특히 모바일 버전 리니지M은 출시하자마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에 올라 꾸준히 매출 1위를 지켰고, 누적 매출 1조 원을 달성하는 성공을 거뒀다. 리니지2M도 그 뒤를 이어 나란히 현재 최고 매출 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리니지 게임은 사행성 문제 등 논란도 많았다. 최근에는 리니지2M에 등장하는 최상급 아이템 ‘신화무기’를 만드는 데 억대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지적을 받았다. 고가의 진귀한 무기 아이템이지만 2중의 뽑기 과정에서 탄생한 제작 재료의 획득 확률은 이용자가 알 수 없어 현행 자율규제 지침 위반 의혹을 받았다.
 
게임사 입장에선 ‘확률형 아이템’이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인 만큼 이를 규제하는 게임법 개정안 추진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법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전면 공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데다 위반시 처벌 규정까지 포함돼 있다. 법 통과시 향후 글로벌 사업마저 영향 받을 수 있는 만큼, 결국 각 사별로 적당한 수준에서 확률을 공개하며 법안 추진은 무마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은 “넥슨이 추가 확률을 공개했는데 엔씨와 넷마블도 확률 공개 흐름을 따라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연내 국감 때도 문제시될 것이며, 이렇게 되면 게임산업은 또 한번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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