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솔직히 말하자면 IMF는 실수를 했다.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은 없고, 실수를 통해 배운 점도 많다"
지난 12일 대전에서 열린 '아시아 21' 컨퍼런스에서는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같은 말로 외환위기 당시 IMF 정책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IMF의 수장이 직접 나서 잘못을 시인했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IMF가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나선 이유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13일 회의 마지막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칸 총재는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유독 글로벌 금융안전망(GFSN, Global Financial Safety Net)에 대해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개도국들이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시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을 방지할 수 있도록 통화 스와프(맞교환)를 통해 달러를 공급하는 장치를 의미한다.
이제껏 논의된 통화스와프 방식은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물 건너간 상태다.
대신 IMF의 기존 대출제도를 고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칸 총재는 개도국들이 대규모의 외환보유고를 비축해두고 있는 것을 문제삼으며 "캄보디아, 필리핀, 한국 등 각각 상황이 다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향후 급격한 자본유출입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집단적 보험체제를 제안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 좀 하는게 아니라 집단적인, IMF 차원에서 보험형태로 가져가는 것이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일 것"이라며 IMF가 새로운 형태의 금융안전망을 주도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IMF 차원의 금융안전망은 IMF의 위상을 높이는 것 뿐 아니라 칸 총재의 이력과도 관계가 있다.
칸 총재의 이력을 살펴보면 프랑스 사회당 출신으로 오는 2012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IMF 총재직을 조기 사임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때도 칸 총재는 IMF가 지원해주겠다고 밝혔으며 당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차기 대선을 의식해 이에 제동을 걸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코노미스트는 "사실 금융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은 선진국에게는 부담만 될 뿐 별 인센티브가 없다"며 "반면 IMF 대출제도의 '낙인효과(지원을 받으면 경제에 문제가 있는 나라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를 부담스러워 하던 IMF는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IMF 총재의 이번 '립서비스'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다만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금융안전망 시스템이 좀 더 신중히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데 논의가 집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