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저는 애틀랜타에서 태어나 자랐고 이번 사건은 제가 어릴 적부터 자란 동네 근처에서 발생했습니다. 저는 지금 충격과 슬픔, 분노로 가득 차 있습니다."(에릭 남)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총 8명이 희생된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 K팝에서도 인종 차별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가수 에릭 남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아시아·태평양계(AAPI)가 미국에서 겪는 차별에 관한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규정할지 토론 중인 상황에서 나를 포함한 수백만 명의 아시아·태평양계 사람들은 버려진 기분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공격이 일던 지난 12개월 간 우리 공동체의 도움 요청과 경고 신호는 무시됐다. 이웃이 아닌 마치 세상 저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치부된 것 같다"고도 했다.
"아시아·태평양계로 살아가는 경험은 불안과 트라우마,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하는 것"이라는 그는 "미국은 여전히 백인 우월주의와 체계적인 인종 차별주의가 다양한 지역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다. 아시아인들은 초대받지만 사회 안에 완벽히 동화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창 시절 동급생들 앞에서 교사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기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에릭 남은 이번 사태에 인종적 동기가 없다고 가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순진하고 그 자체로 인종차별적"이라며 "왜 우리 공동체의 여성들을 당신들의 성 중독 해소 대상으로 표현하나. 어떻게 감히"라고 비판했다.
그는 "침묵은 곧 공모다. 이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 변화를 능동적으로 만들어 가야만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피츠버그 다운타운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기 사태 관련 시위. 사진/AP·뉴시스
현재 해외에서 활동 중인 DJ 박혜진도 20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누군가가 나에게 인종차별을 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매일 매순간 긴장된 날들을 보내고 있다. 거리에서건 식료품점이건 레스토랑이건 공항이건"이라며 "인종차별은 그 자체로 매우 폭력적인 행위"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내가 한국인이며 아시아계 여성임에 자랑스럽다"며 "아시안에 대한 혐오를 멈춰달라"고도 촉구했다.
가수 박재범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StopAsianHate) 해시태그와 함께 "도움을 주고 목소리를 보태 달라"며 "지금 일어나는 일은 괜찮지 않다. 증오가 아닌 사랑을 퍼트리자"고 적었다.
타이거JK와 씨엘, 알렉사, 보이그룹 피원하모니 등도 메시지를 공유하며 관심 촉구에 나섰다.
앞서 지난 16일 애틀랜타에서는 마사지숍과 스파 3군데에서 연쇄 총격으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 아시아계 6명 등 8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살의 총격범인 백인 로버트 에런 롱은 살인 8건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회부됐지만, 증오범죄 혐의가 가중될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총격범은 '성중독'이었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고, 인정될 경우 백인 용의자의 증오 범죄에 대한 또 한 번 면죄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사회에선 이번 사건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속히 퍼져가는 반(反)아시안 정서와 이로 인한 아시아계 표적 범죄로 보고 증오범죄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20일 애틀랜타와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등 여러 지역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집회가 열리고 참가자들이 아시아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에 분노를 표시했다.
피츠버그 집회에는 한국계 여배우 샌드라 오가 깜짝 연사로 나섰다. 그는 2분여 동안 군중 수백명 앞에 서서 구호를 외쳤다.
한국계 캐나다 여배우 샌드라 오. 사진/AP·뉴시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