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단독)손해율 높은 설계사에 판매제한 건 보험사

운전자보험 손해율 높은 설계사 판매 못하도록 조치…"사고낼 사람인지 관상까지 봐야할 판"

입력 : 2021-03-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KB손해보험이 운전자보험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높은 설계사에게 일정 기간 관련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칠 사람인지 관상을 보고 가입시켜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우량 고객 유치를 위한 영업 전략으로 보이지만, 이에 따른 가입 거부 등 소비자 피해도 우려된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보는 최근 운전자보험 손해액이 높아진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를 관리대상자로 선정키로 했다.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담보는 1개월, 그 외 담보는 2개월마다 평가한다. 관리대상자로 선정된 설계사는 목표 손해율을 초과한 담보를 일정기간 판매할 수 없다.
 
한 GA 설계사는 "판매량에 비례해 보험료 보다 보험금 청구가 많으면 해당 판매 코드가 막힌다고 볼 수 있다"면서 "가령 1개의 상품을 팔았는데, 10개를 계약한 설계사보다 보험금 청구가 많이 들어오면 영업 제한이 생겨 판매 코드가 풀릴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런 규제는 GA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매 제한은 그간 공격적으로 영업을 강화한 운전자보험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KB손보·메리츠화재(000060)·한화손해보험(000370)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4월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 법률인 '민식이법' 도입을 앞세워 보장을 높인 운전자보험 판매에 열을 올려왔다. 
 
KB손보가 업계 최초로 운전자보험의 스쿨존 벌금 담보를 확대하자 손보사들이 줄줄이 벌금지원금을 상향했다. KB손보 운전자보험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12영업일 만에 판매 10만건을 돌파했다. 페이백 기능까지 도입했다. 자동차사고 부상등급 1~7급에 해당하는 상해를 입을 경우 추후 납입 보장 보험료를 면제해주고 기납입 보장보험료를 환급해준다.
 
당시 운전자보험은 자동차보험보다 손해율 관리가 용이하다는 평가였지만, 출혈경쟁에 따른 역풍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특히 KB손보가 최근 집중적으로 손해율 관리에 들어간 운전자보험의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담보는 도덕적해이 위험이 높은 보장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 담보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에서 정한 자동차사고 부상등급(1~14급)에 따라 정액 보험금을 지급한다. 가장 낮은 14급은 염좌, 단순 타박 등만으로도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허위, 과다 청구가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자동차사고부상치료비의 가입금액을 제한하라고 보험사에 권고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부상치료비는 보험료로 2만원을 받고 보험금은 1000만원 나갈 수 있는 손해율이 높은 담보"라면서 "이에 설계사의 경우 가입하고 싶어도 약관상 정의 때문에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KB손보 관계자는 "자동차부상위로금 등 경미한 사고에 의한 보험금 반복 청구가 가능한 담보의 손해율이 상승함에 따라 예전부터 특정담보의 손해율이 높은 모집자의 판매를 일부 제한하고 있고 이는 업계 대부분 회사들이 시행중인 제도"라며 "단순히 금액 기준의 손해율만 가지고 판매제한을 검토하지는 않으며 사고율이 회사 평균 대비 3~5배 높은 사용인을 대상으로 판매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KB손해보험 강남 사옥 전경. 사진/KB손해보험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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