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가 신사업 추진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유통업계 판도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롯데는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와 바이오 진출까지 검토하고 있으며, 신세계는 야구단 인수와 네이버 협력 등을 진행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롯데지주를 통해 새로운 바이오 산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벤처기업 엔지켐생명과학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지분 투자나 조인트벤처 설립 등 여러 방안 등이 거론된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엔지켐생명과학 지분 인수를 실무진 선에서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화되거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바이오 산업 진출을 밝힌 것으로 향후 신약 개발이나 위탁생산(CMO)사업 등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
롯데가 신사업 검토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지난해 롯데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이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실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6조1844억원으로 전년대비 8.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1% 줄어든 3461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은 12조22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569억원으로 67.8% 줄었다.
바이오산업은 유통과 화학과 비교하면 경기에 덜 민감하고 성장성이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건강기능식품을 생산하는 롯데제약이 2002년 출범했지만 2011년 롯데제과에 인수합병되면서 제약·바이오 분야에 본격 진출할 기회를 놓쳤다. 이 분야에서는 삼성과 SK가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바이오산업 진출에 앞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참여했으며, 중고나라 인수전에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23일 서울 롯데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열린 51기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인수를 검토하기 위해 투자설명서(IM)를 수령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시를 통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공개적인 입장 발표로, 업계에선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20조원 규모로 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 선점을 위해 중고나라 인수에도 나서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개편하고 있다.
유통 라이벌로 꼽히는 신세계 역시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 참여를 포함해 야구단 인수와 네이버 협력을 통해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리테일의 본질에 충실해 고객 경험을 확장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겠다는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있다. 야구단 운영은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야구장을 '라이프 스타일 센터'로 바꿔 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신세계는 이번 주총에서 광고업·광고대행업·미술품 전시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향후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통해 라이브커머스 시장 진출과 함께 사업 영역을 미디어·광고 분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사업 모델 개진 뿐 아니라,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고 성과를 나타내는 쓱닷컴·트레이더스·화성국제테마파크·스타필드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 속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전통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두 기업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하며 신성장 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다"면서 "한층 더 치열해지는 시장 패권 경쟁에서 누가 주도권을 잡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라고 말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