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시대의 귀환①)34년 만에 CD 추월한 LP…‘아날로그의 반격’

미 RIAA 2월 연간 보고서 “코로나 여파에도 LP 연간 매출 28.7% 증가”
영국 브릿팝 붐 이후 LP 최다 판매…국내 음반 매장도 ‘북새통’
국내 LP 시장 규모 600억 예상도…MZ세대 ‘자기 표현의 매개’

입력 : 2021-03-25 오전 12: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턴테이블 바늘과의 마찰로 톡톡튀는 소리가 나는 지름 30의 원형판. ‘LP(바이닐)’.
 
지금 전 세계 레코드 매장에서는 둥근 판들의 주도로 아날로그 반격이 일어나고 있다.
 
미 음악 전문매체 빌보드와 시장조사전문업체 MRC가 최근 발표한 ‘2020년 미국 음악시장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LP는 총 2754만장이 판매됐다. 집계를 시작한 1991년 이래 30년 만에 최대 성장폭. 2019(1884만장 판매)에 비해서도 46.2% 증가한 규모로, 15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크리스마스 주간(121824)에는 1841000장이 팔려, 역대 최고 LP 주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CD와 음원 등 디지털 매체의 판매가 최대 22% 가까이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매출액으로 따져 봐도 LP1986년 이후 34년 만에 처음으로 CD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2020년 연간 통계 보고서(올해 2월 발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LP 매출은 62600만달러 규모로, CD 매출(48300만달러)를 추월한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여파에도 LP 매출은 2019년 대비 28.7%나 증가했다같은 기간 23% 하향세를 보인 CD와 비교된다고 적시했다.
 
영국에서도 90년대 브릿팝 붐 이후 LP 판매 증가량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기록됐다. 최근 영국 오피셜차트가 영국음반산업(BPI)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영국 시장에서도 LP 수요는 약 480만장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릿팝이 들끓던 9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기록이다. 영국에서는 레트로 매체로 꼽히는 카세트테이프도 156542개가 팔려, 2003년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디지털 이행이 완전히 끝난 것처럼 보이는 시대의 역설’. 유튜브 음악 감상이 보편화된 반대 세계에는, 굳이 불편하게 판을 뒤집으며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있다.
 
 
국내 음반 매장 북새통글로벌 음반사도 LP 캠페인
 
멸종 위기에 처했던 LP(바이닐) ‘리붐 현상은 국내 음반 매장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순, 서울 홍대역 인근에 위치한 김밥레코즈앞에는 러브레터 OST LP를 사려는 수십명의 이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토요일 이른 시간임에도 컬러반 한정 판매소식을 듣고 온 이들이 긴 줄로 늘어섰다.
 
서울 광흥창역 인근의 도프레코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비틀즈, 레드제플린 초판이나 오아시스, 라디오헤드 한정반을 수급하는 날이면 조기 품절을 준비해야할 정도다. 김윤중 도프레코드 대표는 개업 초기 LP를 찾는 고객이 20~30%에 불과했는데 최근엔 70%까지 비중이 늘었다고객의 80% 정도는 10~20라고 했다.
 
국내에서는 LP 성장세를 고려한 다양한 행사들도 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마포문화재단은 '매핑마포 MAPMAP(맵맵)' 일환으로 '마포 바이닐 페스타'를 열었다. 지역 레코드점과 연계해 반값으로 음반을 판매한 행사다. 당시 김밥레코즈, 널판, 도프레코드, 메타복스, 팝시페텔 등 각 레코드숍이 참여했었다.
 
지난해 유니버설뮤직은 두 차례에 걸쳐 컬러드 바이닐 캠페인을 전개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음반시장의 위축을 타개하고자 총 19종의 컬러 LP를 선보인 행사다. , 벨벳 언더그라운드, 딥 퍼플, 엘라 피츠 제럴드, 롤링 스톤즈 등의 명반을 컬러반으로 내놓아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다. 유니버설뮤직의 국내 직배사도 당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서 행사를 전개했다.
 
이준환 유니버설뮤직코리아 과장은 “2015년 기준 본사의 2020LP 판매량과 매출이 각각 79%, 87% 성장한 점을 고려해 진행한 캠페인이라며 국내에선 1차와 2차 행사 때 입고량 기준 각각 87%, 84%의 판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러브레터 OST를 구매하려는 이들이 홍대역 인근 '김밥레코즈'에 늘어서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국내 LP 시장 규모 600억 예상도MZ세대 자기 표현의 매개
 
현재까지 국내 LP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공식적인 통계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1~2년 사이 성장 폭을 최대 5(중고 LP 포함)까지 예측하는 분위기다.
 
LP 제작사 마장뮤직앤픽처스의 하종욱 대표는 올해부터는 숨고를 틈 없이 하나의 타이틀이 수천장, 만여장으로 확대되고 주문량은 전년 대비 2-3배 이상에 이르고 있다최근 1-2년 사이의 성장 폭은 좁게는 3배 이상, 턴테이블 보급과 중고 LP의 판매, LP 관련 상품 등을 통합한 전체 시장은 약 5배 이상 성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음악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내 LP 시장 규모(중고LP 제외)1~2년 전 200~400억원대 수준에서 지난해부터 600억원이상이 넘을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다.
 
국내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에서 자체 집계한 결과에서도 지난해 LP 판매는 2019년 대비 73.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요 분야는 2019년 대비 262.4% 급증했다. (53.1%)과 클래식(8.8%)에 비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백예린 - 1집 Every letter I sent you 컬러바이닐. 사진/예스24
 
백예린, 크러쉬의 LP가 가장 많이 팔린 1, 2위로 집계됐다.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해 15000장에 이르는 판매고를 올린 백예린 1집은 ‘LP 신보 시대를 보여준 상징적 사례라며 “LP는 이제 단순히 명반의 재발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풀이했다.
 
현대카드바이닐 앤 플라스틱에서는 쳇 베이커와 영화 라라랜드 OST, 도프레코드에서는 영화 기생충 OST와 혼네 LP를 많이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에서도 국내 LP의 주요 구매층은 MZ 세대인 20대와 30대가 특히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예스242020LP 구매 비중 집계에 따르면 30대가 31.7%, 20대가 21.2%로 과반을 넘는다.
 
김작가 평론가는 스트리밍 시대에 역설적으로 감상보다는 소장으로써 음악의 가치가 환기되고 있다특히 자기표현의 매개로 활용하는 20~30대 구매층의 욕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극대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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