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가로막히면서 세계 해상 물류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한국을 거친 자동차 운반선(로로선) 1척이 수에즈 운하에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돼 수출입 지연이 예상된다.
26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 평택·목포·마산항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던 바하마 국적 로로선 '모닝 셀레스타(Morning Celesta)'는 현재 수에즈 운하에 정박 중이다. 이 선박은 지난달 26일 평택을 출발해 다음날 목포를 거친 후 이달 5일 마산에서 출발했다. 모닝 셀레스타를 소유한 선사 유코카캐리어스는 현대차·기아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의 물량을 주로 운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는 지난 23일 대만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운하를 가로지른 채 좌초된 게 원인이다.
수에즈 운하에 정박한 선박들 중에는 한국을 직접 거치진 않았지만 유럽으로 갈 우리 기업들의 물량을 옮겨 싣는 상해나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선박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상해나 싱가포르에서 출발한 선박에도 상당한 양의 한국 수출품이 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들이 항구에서 유코카캐리어스 선박으로의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코카캐리어스
해외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수에즈 운하에 대기 중인 수출품의 가치는 시간당 4억달러(약 4538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루 기준으로는 96억달러(약10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국 국적 선박 중에서는 HMM의 'HMM그단스크호'가 정박해 있다. 한국 1위 해운사 HMM의 경우 일주일에 2척가량의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다. HMM 관계자는 "다음주 중 다른 선박들도 수에즈 운하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황을 지켜본 후 우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수에즈 운하에 정박한 선박 수는 약 180여척으로, 우회로를 찾는 선박까지 합하면 이번 사태에 영향을 받은 배는 300척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에즈 운하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해운사들은 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대체 항로로 고민하고 있다. 이 노선을 택할 경우 약 일주일 가량의 기간이 더 걸린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에 좌초한 모습. 사진/AP·뉴시스
이집트 당국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비를 동원해 배의 방향을 바꾸려고 작업하고 있지만 진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좌초한 선박은 22만4000톤(t)에 달하는 데다 2만여개의 컨테이너가 실려있기 때문이다.
사고에 투입된 네덜란드 구난 업체 스미트 샐비지의 모회사 보스칼리스의 페테르 베르도브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배에 실린 컨테이너나 기름, 물(평형수)을 빼내는 작업도 해야 할 것"이라며 "상황에 따라 사고 처리에 여러 주가 걸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고 처리가 길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유럽 운임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수백 척의 선박이 멈추면서 전체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 따르면 유럽 운임은 지난 1월 8일 4452포인트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를 기록한 뒤 이달 중순 3000포인트 중반대까지 하락세를 탔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이 수에즈 운하 사고로 4월 운임을 예상할 수 없다고 물류사(포워더)들에 이미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