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 활성화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관련 제도 변화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서울형 가상화폐인 'KS코인' 도입을 공약했고,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서울시 행정 서비스 지원에 중점을 두고 검토 중이다. 가상화폐를 통해 국가 지원금의 유통 경로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효율적인 정책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내년 대선에서도 관련 공약이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영선 후보는 원화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디지털 화폐인 KS코인을 유통하겠다고 공약했다. KS코인을 서울 지역 어디에서나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대중교통이나 공공기관에서 화폐처럼 쓸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방세 등 세금납부 등도 가능해진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28일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가상화폐 활성화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진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25일 구로역과 응암역에서 각각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KS코인을 정부의 재난지원금, 서울시 각 구청의 재난지원 정책들과 함께 연계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박 후보는 KS코인으로 서울시민 10만원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고 경기를 좀 더 활성화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자금의 유통 경로·과정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맞춘 효율적인 소상공인 지원 정책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산업을 발전시킬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실제 서울시 노원구는 지역 내 가맹점에서 결제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가상화폐 '노원'(NO-WON)을 운영하고 있는데 박 후보의 구상도 이와 비슷하다. 박 후보는 서울시 내 유통 과정에서 KS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 마련 등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 측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고령이거나 활동이 힘든 분들에게는 대학생 서포터즈를 활용해 가상화폐를 쓸 수 있게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세훈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 제도를 활용한 서울시 행정 서비스 지원에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앞서 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다른 적용 영역, 예컨대 행정·복지·의료 등을 구분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나무와 거기에 피는 꽃의 관계로 볼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 활용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 후보 측에 따르면 향후 블록체인 기술의 경우 행정 서비스 분야에, 가상화폐는 재난지원금 지급 방향으로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 후보 측 관계자는 "공약까지는 없지만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검토하자는 게 후보 생각"이라며 "블록체인 기술은 여러 가지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고 가상화폐는 미국에서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있으니 충분히 긍정적으로 검토는 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이 가상화폐 제도를 활용하는 데 나서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주자들의 공약 마련에 대한 움직임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부산을 블록체인 벤처 중심지로 조성하는 데 나서며 관련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야권에서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지역 암호화폐로 '제주코인' 발행을 추진하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