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청각언어장애인에게도 ‘명품도시’ 시동

쉼터·조례 등 제도·환경적 기반 확충, 당사자 편의 및 지역사회 인식 개선 '성큼'

입력 : 2021-03-28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강남구가 장애인 인식 개선과 당사자 생활 개선에 앞장서며 청각언어장애인 지원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8일 강남구와 강남구수어통역센터에 따르면 강남구에 거주하는 청각언어장애인(농아인)은 2019명으로 강남구에 근무하거나 방문하는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강남이 대한민국 최고 부촌임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당사자 지원은 부족하다는 대내외적 평가가 존재했다.
 
하지만, 정순균 강남구청장 취임 이후 ‘강남이 복지도 앞서나가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적극적인 투자와 함께 장애인 공간도 더이상 변두리에 남는 공간이 아니라 접근성이 좋은 한가운데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난 2월엔 강남구 한국수화언어 활성화에 대한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도 마쳤다. 조례는 구청장이 수어 사용환경을 갖추도록 하고, 편의시설 설치와 편의증진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하철 7호선 강남구청역에 자리잡은 수어통역센터와 농아인쉼터는 지하철역과 연결돼 접근성이 좋아 장애인은 물론 관심있는 비장애인들도 방문할 수 있다. 쉼터 면적도 435.1㎡에 달해 서울 최대 규모로 비대면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와 서적·영상물이 구비된 작은 도서실 등을 갖췄다. 서울 유일의 시비 지원 없이 전액 구비로 8억원을 투입했다.
 
센터는 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문해·정보화 교육, 문화·체육교실, 독서 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자신만의 언어인 한국수어를 능숙하게 사용하거나 컴퓨터·모바일 사용법을 익히고, 일상 속 한글을 독해하는데 문제없도록 돕고 키오스크·금융기관 이용 등 4차산업혁명 속에서도 적응속도를 높인다.
 
향후 유투버 양성교육도 진행해 센터를 이용하는 청각언어장애인 가운데 유투버를 배출하는게 목표 중 하나다. 유투버 배출은 센터 이용층이 더 젊어지도록 유도하고, 장애인간의 소통이나 비장애인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다.  
 
센터에는 5명의 수어통역사가 배치돼 장애인들의 수어 통역을 지원한다. 강남구는 강남페스티벌을 비롯한 대부분의 강남구 주관 행사에 현장통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강남구 자체 코로나19 브리핑에도 수어 통역이 항상 제공된다. 
 
일상 속 수어 통역 지원은 병원, 동사무서, 미용실, 장례식장, 결혼식장 가리지 않고 장애인이 활동하는 공간 대부분에서 사전에 신청만 하면 수어 통역이 가능하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펜데믹 이후에는 영상통화를 이용해 비대면 수어 통역이 이뤄지는 제한이 있지만, 확진검사, 자가격리 등에서 수어 통역이 맡는 역할이 크다.
 
여가·문화활동 지원은 센터와 쉼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청각언어장애인은 복지관이나 경로당 등을 언어 문제로 인해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어 여가·문화활동으로 사회적활동을 하거나 우울감을 해소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센터는 행복한도서관과 함께 요가·커피·원예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작년 연말엔 우울증 해소를 위한 문화예술축제 ‘톡 톡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비장애인을 대상으로도 수어 교육·자원봉사 등 장애 인식 개선 활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 열린도서관과 함께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어 교육을 진행하며, 수어 교육은 숙명여고, 역삼청소년수련관 등 외부기관 요청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센터 활동이 알려지며 전국 지자체와 장애인기관에서 쉼터를 벤치마킹하러 방문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쉼터가 생긴 이후 조례도 만들어지면서 지역사회 인식도 점점 좋아지고 센터 활동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용자 만족도도 높아졌으며, 더 많은 청각언어장애인이 센터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강남구수어통역센터 농아인쉼터에서 청각언어장애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강남구수어통역센터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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