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부동산 공약과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성 강화'에,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규제완화'에 중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정책의 경우,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 따른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무턱대고 규제완화를 추진했다가 집 값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후보자 공약에 따르면 박 후보는 '5대 공약' 중 부동산 정책으로 △21분 생활권도시 △반값아파트 등을 제시했다.
21분 생활권도시는 21분 안에 주거와 직장, 쇼핑과 여가, 건강과 의료, 교육과 보육이 해결되는 도시를 뜻한다. 또, 다핵 분산도시 공간 재편으로 강남·강북 균형발전 추진, 21개 혁신성장 클러스터 구축과 문화콘텐츠 5대 권역 클러스터 조성, 서울경기도 12개 접경지역을 서울 관문도시 상생성장거점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반값 아파트도 박 후보의 대표적인 부동산 정책 공약이다. 반값 아파트는 토지임대부 방식에 지분적립형을 더한 방식이다. 토지임대부 방식은 공공이 소유하거나 임대하고 지상 건물만 일반인에게 분양하는 것을 말한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은 집 값을 나눠 내는 이른바 할부주택으로 자금력이 부족한 젋은층을 겨냥한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박 후보는 반값 아파트를 평당 1000만원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평대 집은 2억원대, 30평은 3억원대에 거주할 수 있다는 게 박 후보의 계산이다.
이외에도 박 후보는 1인, 2인 가구 맞춤형 주택 및 30대 여성안심 주택 공급 활성, 재건축·재개발 용적률 상향 이익을 공공과 민간이 공유하는 사업모델 도입, 청년 등에 전월세 보증금 무이자 지원, 저층주거지 재개발, 노후 아파트단지 재건축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의 핵심을 '공공성'으로 보며, LH사태로 인해 국민적 정책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에서 "박 후보는 공공의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의 정책인데, 최근 정부·공기업에 대한 땅 투기 의혹(LH사태)과 관련된 불신이 있어 현실적으로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 후보의 정책 자체도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송 대표는 반값 아파트에 대해 "최근 서울의 유권자들은 내 집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진 경향이 있다"면서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에서 21분 생활권도시 정책에 대해 "이 정책의 핵심은 교통망"이라며 "기존에 다져진 광역 교통망을 바탕으로 개념을 잘 정리한 것에 불과해 신선한 정책으로 보긴 어렵다"고 비판했다.
박 후보가 공공성을 강조한 부동산 정책을 제시했다면 오세훈 후보는 '민간 주도 방식'에 방점이 찍힌다.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후보자 공약에 따르면 오 후보는 '5대 공약' 중 부동산 정책으로 △도시계획 규제 혁파 △재개발 재건축 정상화 등 규제완화 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 후보는 주거지역 용적률 및 2종일반 7층 이하 규제를 1년내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재개발 구역지정 기준 완화 등 재개발·재건축 정책을 적극 실시해 18만5천호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도심형 타운하우스 모아주택을 도입해 3만호를 공급할 계획도 세웠다. 소규모 필지의 소유자끼리 공동개발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500m²~ 3,000m²) 이상이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부여해 소형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공공임대주택 사업도 추진한다. 오 후보는 준공업지역, 자연녹지지역, 역세권 등 서울시내에 저이용되고 있는 민간소유 토지를 임차해 토지임대료를 지불하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에서 건설하는 방식으로 총 3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오 후보의 정책의 핵심을 재개발·재건축으로 보고, 섬세하게 추진하지 않으면 '집 값 폭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승현 대표는 "규제완화 사업의 경우 어떤 순서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집 값 폭등이라는 결과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잘 검토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예컨대 재건축 이슈가 있는 목동 지역을 먼저 추진할 경우, 이미 높은 집 값이 다시금 높아져 '폭등'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서울 자치구마다 분석을 통해 주거 형태가 열악한 지역 등을 재개발·재건축 우선 순위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황수 교수도 “재개발·재건축 정책은 집 값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며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작용”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왼쪽)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오전 구로역과 응암역에서 각각 선거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