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결산을 앞둔 저축은행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부동산 침체에 따른 PF(프로젝트 파이낸싱)부실 때문에 충당금을 쌓다보니 수익이 줄고 감독당국의 압박강도도 점점 거세지기 때문이다.
◇ PF대출 3건 중 하나꼴로 부실
저축은행들은 6월 결산 법인으로 대부분 내달중 결산 공고를 낼 계획이다. 가결산 결과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대규모 손실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가결산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손실 규모가 더 커지는 건 피할 수 없다"며 "PF부실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적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회계년도 500억 가량 순익을 낸 저축은행의 경우 이번에는 100억대로 이익규모가 급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업계 PF대출 중 1/3이 부실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해 말 PF대출 관련 사업장의 PF대출 12조5000억원에 대해 사업성을 평가한 결과 ▲`정상`으로 분류된 금액은 3조3000억원에 그쳤다. ▲`보통` 5조3000억원, ▲`악화우려` 3조900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감독당국은 지난달 25일 부실 PF 대출채권 3조8000억원 규모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매입키로 했다.
대신 해당 은행은 증자와 자산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담은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해 분기별로 이행실적을 점검받아야 한다.
◇ 현실성 높지 않은 자구책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경영개선항목의 첫번째 당면과제다.
PF채권을 매각한 저축은행은 이를 목표로 대주주 증자, 후순위채 발행 등 자본확충, 우량자산·계열사 매각,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해결책이 마땅치 않은게 문제다.
우선 대주주 증자의 경우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BIS비율을 개선시키려면 약 100억원대 증자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그 정도 여력이 되는 대주주가 얼마나 되겠냐"며 반문했다.
후순위채 발행은 이미 상반기 한 차례 꺼내쓴 카드. 일부 저축은행은 '미달 사태'를 겪는 등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다.
계열사 매각의 경우 저축은행들이 갖고 있는 증권사, 자산운용사를 시장에 내놓아야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7년까지 PF대출로 호황을 누리던 저축은행들이 그 돈으로 계열사를 늘렸다"며 "업계에서는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당장 상황이 어렵다 해서 계열사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하반기 저축은행 M&A 본격화될 것"
결국 남은 선택은 시장 논리에 따른 M&A(인수합병)밖에 없다. 옥석가리기를 통해 정리된 저축은행 중 몇몇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수 밖에 없단 얘기다.
이미 시장에 매입자는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축은행이 갖는 수신(예적금) 라이센스(허가권)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 몇몇 재무적 투자자들이 나서 대리인을 세워 중소형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라며 "재무적 투자자들의 경우 국내 재력가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아프로파이낸셜 그룹도 인수에 적극적이다. 아프로 그룹 관계자는 "현재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설 것"이라며 "수신 기능을 통해 조달 금리를 낮춰 대부업계 금리를 대폭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8월이 지나면 몇몇 저축은행의 대주주 얼굴이 바뀔 전망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PF대출이 위험한 줄 알면서 고수익을 노린 대주주들의 자업자득인 셈"이라며 "견실한 서민금융기관으로 다시 태어날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