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국민권익위원회가 국회의원의 불법 부동산 투기 관련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법적 해석이 나와 논란이 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의 전수조사를 권익위에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은 권익위에 권한이 없고 전현희 위원장이 전 민주당 의원이라는 점을 이유로 조사 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31일 <뉴스토마토>와 인터뷰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권익위가 부패 방지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당연히 권한이 있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공무원 행동 강령'과 정부가 제정을 추진 중인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는 직무 수행과 관련한 사적 이해 관계를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하게 돼 있다. 기관장의 경우는 소속 기관의 감사 담당관에게 신고하면 된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정부의 부패 방지를 담당하는 기관에 요청 한 것이니, 당연히 권익위에 권한이 있는 것"이라며 "특히 의원 전수조사는 국민적 관심도가 높은 사안인 만큼 민간에 맡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국장은 "공적 기관에 대해 신뢰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자체 조사 한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제 3기관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렇다면 권익위나 감사원으로 가야 하는데 체계 조직으로 보면 권익위로 가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권익위는 위원회 구조라 위원장이 회피하면 부위원장이 역할을 맡아 조사를 진행하면 되는데 위원장이 회피 신청을 하면 충분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참여연대의 지적이다. 그는 "(전 위원장이) 보고를 받으면 안되고, 조사를 어떻게 해라 하는 식의 직무에 관여할 수 없다"며 "관련 사안은 이건리 부위원장이 총괄하도록 법이 마련돼 있다"고 부연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도 권익위의 권한은 맞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여야 합의로 시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민주당이) 전수조사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할 수 있겠지만, 의원 전수조사이니 여야 합의를 해서 의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제기한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는 "(전 위원장이) 직무 회피 신고서를 낸 것은 관련 사안은 보고도 안받고, 의사 결정에 전혀 참여를 안한다는 의미"라며 "(물론 야당으로서는 위원장이) 민주당 출신이니 '(조사를)정치적으로 할 수 있다'라는 말을 할 수는 있다"고 평가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 김영진 의원, 최인호 의원이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 서울청사 정부 합동 민원센터 심의실에서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에게 민주당 소속 의원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 요청서 및 소속 의원들의 개인 정보 제공 동의서 등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관련해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자신을 핑계로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를 의뢰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야당에서 중립성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현재 저는 당직이 없다"며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미 어제(30일) 이해 충돌 방지를 위한 사적 이해 관계 신고서와 '직무 회피 하겠다'는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전수조사 업무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전 위원장에 따르면 권익위는 이건리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부패 관련 전문 조사관들로 구성된 특별 조사단을 꾸릴 예정이다. 위원장에게 보고하지 않게 하고 독립적으로 조사할 것인 만큼 국민의힘도 전수조사를 요청하면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조사하겠다는 게 전 위원장의 입장이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와 관련해 권익위에 당 소속 174명 의원(가족 포함)들에 대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의뢰했다. 여야는 특검과 국정조사 및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를 실시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구체적 방안을 두고 협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지지부진한 협상을 기다리지 않고 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먼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야당을 향해 전수조사 참여를 재차 압박했지만,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라디오 방송에서 "전직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관에 보낸 것 자체가 셀프조사이고 눈 가리고 아웅하기"라고 비판했다.
조현정·장윤서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