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시민들이 벚꽃 경치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꽃 멀미'는 봄이 되면 꽃의 향기와 아름다움에 취해 어지럼을 느낀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때문에 계절적 특성에 기인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봄철 느끼는 어지럼증은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어지럼증은 중증질환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있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며 일상생활을 방해하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 판단을 통한 치료가 중요하다.
일교차가 커지는 봄철이 되면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2월 어지럼증 환자는 8만8427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3월에는 어지럼증 환자가 10만1466명으로 14.7% 급증하면서 월간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후 4월(11만184명)과 5월(11만7061명)에도 꾸준히 어지럼증 환자가 늘어나면서 이 기간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심혈관계에 무리가 가면서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지럼증은 원인이 다양하고 원인에 따라 증상이 다르므로 자신에게 나타나는 어지럼증 증상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어지럼증을 빈혈이나, 환절기 몸살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자가 치료하는 것은 병세를 더욱 악화시킬 수있다. 또 봄에는 시각적 자극이 늘어나 시각 예민성 어지럼증도 늘어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어지럽다는 것은 균형감각을 담당하는 기관에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균형감각은 뇌 기능, 내이의 전정기관, 자율신경, 근골격계가 협업 관계를 맺으며 유지된다. 이 가운데 한 곳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뇌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중추신경계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은 증상이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팔다리 마비, 언어장애,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만히 누워 있거나 앉아 있을 때는 어지럼증이 심하지 않다가 일어서거나 걸을 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균형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어지럼증과 함께 이명 증상이 생긴다면 전정기관의 문제로 발생하는 말초신경계 질환에 의한 어지럼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메니에르병과 이석증 대부분이 말초 전정 신경계의 이상으로 나타난다. 메니에르병은 어지럼증과 함께 귀가 먹먹해지고 오심, 구토, 이명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증상은 20분에서 수 시간 동안 지속하기도 한다. 이석증은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안에 미세한 돌인 이석이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을 자극하면서 극심한 어지럼증과 구토 등을 유발한다. 시야가 빙글빙글 도는 회전성 어지럼증이 특징이다.
어지럼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인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원인이 파악되면 그 부위를 치료함과 동시에 균형 감각 재활 치료를 진행한다. 균형감각 재활 치료는 일원화된 치료법이 아닌 환자 개개인의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전담 치료사의 도움을 받으며 움직이는 발판에 서서 몸을 지탱하기, 고개를 한쪽으로 돌린 채 앞으로 걷기, 둥근 발판 위에서 공 던지고 받기 등의 치료를 통해 균형 감각을 강화한다. 오랫동안 어지럼증을 앓은 경우에는 균형감각 능력이 약해져 있기 때문에 원인 치료와 함께 균형감각 재활 치료를 진행하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박지현 세란병원 신경과 진료부원장은 "일교차가 큰 요즘 같은 시기에는 면역력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에 건강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라며 "어지럼증 역시 일교차가 커지는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질병 가운데 하나이므로 이 기간 동안 어지럼증이 지속 반복된다면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와 달리 어지럼증도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섣불리 포기하지 않고 병을 이겨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라며 "자신에게서 나타나는 어지럼증 증상을 자세히 메모해 뒀다가 전문의에게 전달하면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