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경찰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한 사전 정보를 활용해 인근 토지를 매입한 의혹을 받는 전직 경기도청 공무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2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이날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등 혐의로 전 경기도 투자진흥과 기업투자 유치담당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지난 1일 A씨가 매입한 토지와 건물에 대해 법원에 몰수보전을 신청했다. 몰수보전은 법원이 몰수해야 하는 피의자의 불법 수익을 확정판결 전까지 처분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보호하는 조처다.
A씨는 경기도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공식화한 지난 2019년 2월보다 약 4개월 전인 2018년 10월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독성리 일대 대지와 건물 1559㎡(470평)를 부인이 대표로 있는 B사 명의로 5억원에 매입했다.
경기도 조사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월 SK건설이 용인시에 산업단지 물량 배정을 요청하는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고, 1월16일 이를 경기도에 최초 투자 동향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는 이 과정에서 A씨가 해당 도면을 인지했을 것으로 봤다.
A씨는 2009년 화성국제테마파크(당시 유니버설코리아리조트) 추진단 사업추진담당으로 임용된 후 10년 동안 근무하다 2019년 5월 계약 기간 만료로 퇴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A씨가 재직 기간 중 공무상 얻은 비밀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고 지난달 23일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투기 의혹이 드러나면서 수사에 착수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한 차례 보완수사를 거쳐 지난달 25일 포천시청 공무원 B씨에 대해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같은 날 이를 청구했다.
의정부지법은 지난달 29일 B씨에 대한 영장심사를 진행해 "사안의 성격이나 수사 진행 상황을 고려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B씨는 도시철도 연장 사업 담당 부서 간부로 근무하면서 얻은 정보로 지난해 9월 자신의 부인과 공동명의로 7호선 연장 노선 역사 예정지 인근의 토지 2600여㎡와 1층짜리 조립식 건물을 약 40억원에 매입한 혐의를 받는다. 매입 자금은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청 퇴직 간부 공무원 A씨가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예정지 투기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