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우선 공약은 '부동산' 아닌 '통합'이어야 한다

입력 : 2021-04-06 오전 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4월7일 오후 8시에 재보궐 선거 투표가 끝나면 당선자가 가려진다. 서울시장이 누구인지 그리고 부산시장이 누가 되는지도 알게 된다. 연초부터 수개월을 각 정당은 재보궐 선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 전임 시장들의 석연치 않은 행동으로 인해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8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새 시장을 뽑기 위해 행정력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의 선거 과정을 보면 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땅땅 선거'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의 투기 의혹이 공개되면서 선거 표심에 까지 영향을 줄 정도로 일파만파 확산되었다. 유권자들은 분노했고 선거 판세는 급변했다. 보수 야당인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 여론을 향해 '정권 심판'론을 강조했다. LH 사태 여파가 현 정부의 실정이기 때문에 정권 견제가 가능하도록 야당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LH 사태 여파로 공직자의 투기 치부가 드러났기 때문에 반부패 개혁을 위해 정부 여당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선거 중반 불거진 국민의힘 후보들의 '부동산 자산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퍼붓고 있다.
 
선거 판세를 분석할 때 주로 3가지를 기준으로 삼는다. 하나는 전체 판도에 영향을 주는 '구도'다. 이번 선거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후반이므로 '정권 안정'보다는 '정권 심판'쪽에 무게가 실린다. 부동산 정책이나 코로나 국면의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문 대통령의 지지율 사정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또 하나의 선거 분석 기준은 '이슈'다. 구도와 이슈를 가리켜 흔히들 '바람'이라고 한다. 선거에서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자질보다 더 많이 영향을 주는 변수가 '바람'이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바람'의 내용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이슈'인데 이번 선거의 핵심 이슈는 '부동산'이고 'LH 사태' 여파다. 그래서인지 후보자에 대한 부동산 의혹 외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 자격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검증은 뒷전이다. 선거를 통해 정치가 한 걸음 더 발전하기보다 후퇴하는 모습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 모두 사전 투표율이 매우 높다. 평균적으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 사전 투표율을 앞서는 수준이다. 서울은 약 22%에 가깝고 부산은 19%에 가까울 정도다. 선거에서 사전 투표율이 계속 높아지는 추세이지만 재보궐 선거 치고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층별로 결집했다는 의미다.
 
내년 대통령 선거와 차기 정국을 좌우하는 영향이 큰 선거이기 때문에 각 정당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겨야 되는 전쟁이기 때문에 사정은 더 그렇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을 가운데 두고 펼치는 선거전은 더욱 위태롭다. 진영간 대결구도가 더 심해지는 양상이다. 선거에서 지게 되면 내일은 없다는 처절함마저 감돈다.
 
승자가 누군가로 결정된 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땅땅선거'가 되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상생'과 '협력'은 이미 철 지난 유행가가 되어 버렸다. 내년에 다시 지방 선거가 있기 때문에 4월7일 이후 '선거 전쟁'이 지속된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적 갈등은 또 얼마나 될까. 케이스탯리서치가 자체조사로 선거를 앞두고 지난 3월 5~7일 실시한 조사(전국1072명 온라인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0%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결과 '심각하다'는 응답이 무려 94%로 나타났다. 연령별, 지역별로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나왔다. 선거를 통해 그리고 깨끗한 승복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보다 정치적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각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이 많지만 어떤 평가를 받는지 가늠할 방법조차 없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것은 개인 유권자들의 선택이다. 보수층이라고 해서 그리고 진보층이라고 해서 아니 이도저도 아닌 중도층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이 아니다. 모두 서울시민이고 같은 사회에서 공존하는 개인적 인격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층과 비지지층으로 나누어져 다른 대접을 받게 된다.
 
선거 때만 국한된다면 모르겠지만 앞으로 있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회 분열이 더 심각해지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수행 중 가장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은 코로나 대응 부실과 함께 사회적인 갈등 양산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LH 사태든 후보들의 땅 의혹이든 진상을 규명하고 사실 확인 절차를 거치면 될 일이다.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1000만 서울시민과 350만 부산시민의 장이 되겠다는 후보들이 내걸어야할 최우선 공약은 '부동산'이 아니라 '통합'이어야 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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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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