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조지아주 2공장 공사 일시 중단…바이든 거부권 결정 로비 통할까

거부권 행사 여부 따라 재개 검토 전망…"법원 판단 뒤집을 가능성 낮을 듯"

입력 : 2021-04-06 오전 6:02:19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서 최종 패소한 이후 미국 조지아주 2공장 증설 공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ITC 판결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SK이노는 미국 시장 철수 카드까지 내보이며 현지에서 전방위적 로비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은 낮지만 조지아주의 이권과 미국의 전기차 시장의 미래가 걸린 예민한 사안인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SK이노베이션
 
5일 미국 조지아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SK이노는 지난 2월 11일(현지시간) ITC 최종 판결 이후 오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했던 조지아주 2공장 증설 공사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조지아주 공장 건설 관계자는 "현지에 파견됐던 협력업체 인력 일부도 한국으로 복귀한 상태"라며 "오는 11일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결과에 따라 공사 재개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공장 증설을 완료된 상태로, 2공장의 경우 기초 공사까지 마무리된 상황이나 ITC 최종 판결 이후 동력을 잃은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10일 ITC는 LGES이 SK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LGES의 입장에 손을 들어줬다. ITC는 향후 10년간 SK의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 부품에 대한 미국 내 생산·수입 금지를 명령했고, SK와 공급계약을 맺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줬다. 현재 SK이노가 짓고있는 1·2공장 물량은 포드와 폭스바겐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우리나라 행정심판과 유사한 ITC 결정은 미 대통령의 심의와 승인 절차(Presidential Review)가 필요하다. 검토 기간은 60일로 판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일주일동안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최종판결 이후 SK이노는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현지에서 전방위적 로비활동을 벌여왔다. 미국은 로비가 합법화돼 있는 만큼 환경보호 전문가 캐롤 브라우너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위촉, 샐리 예이츠 전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내 사업고문으로 영입하는 등 막판 설득 작업을 통해 기울어진 판세를 뒤집으려는 것이다. 최근에는 미국의 로비회사 '캐피톨시티그룹'에 정계 로비 업무를 의뢰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김종훈 SK이노 의사회 의장(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현지 정치권에 ITC 결정 인용 여부에 회사의 생존이 걸렸다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조지아주 공장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도 현재 미국 현지에서 머물며 막판 설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만약 거부권 행사가 불발될 경우 SK는 미 연방항소법원에 ITC 최종 결정에 대한 항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전문가들은 SK이노의 막판 로비 활동의 결과가 재판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역사상 영업비밀 침해 건과 관련해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영업비밀 침해와 특허 분쟁과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기는 정치적으로도 상당히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미국은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구분이 명확하기 때문에 조지아주 주지사가 거부권 행사 요청을 보냈다고 해도 삼권분립의 대통령제 하에서 법원의 판결을 대통령이 뒤집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다만 ITC 최종 판단 결정에 따른 조지아주의 경제적 번영과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등을 감안해 결과를 주시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국내 이슈도 아닌 외국 기업간 분쟁 사안과 관련해 법원의 결정을 뒤집는 경우는 아주 예외적인 사안이 아니고는 드물다"면서도 "다만 SK이노베이션이 그동안 현지에 투자한 규모나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정책적 목적 측면에서 배터리 수급 문제를 우려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제한적이긴 하지만 측근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신중한 판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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