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역동적인 배달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 기반 서비스 구축이 잘 갖춰져야한다. 연구개발 조직에서 개발은 곧 서비스의 본질이다. 기술 없이는 소비자들의 주문경험 확대가 불가능하다.”
IT업계를 중심으로 개발부문 인재 영입전이 치열한 가운데 요기요가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달 요기요는 R&D 조직을 3년 내 최대 1000명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관련 조직 인력에 대한 연봉을 예년보다 2~3배 이상 오른 최대 2000만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회사의 새 주인을 찾아야하는 상황에서 대대적 인력 채용 계획을 밝혔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요기요 R&D센터내 주요 개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최인호 전무는 <뉴스토마토>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배달앱 시장은 좋은 전략과 운영 노하우, 자본, 기술력 등이 함께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는데 그중 기술 기반 서비스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개발 인력 확보에 집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최인호 요기요 R&D센터 전무. 사진/요기요
국내 배달앱 시장은 초고속 성장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달앱시장은 2015년 1조5000억원에서 2018년 4조원, 2019년 7조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1조6000억원으로 5년새 8배 가량 뛰었다. 시장 크기가 커진 만큼 기업간 경쟁 역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플랫폼 시장의 특성상 배달앱 시장 역시 성숙기에 이르면 승자 독식의 가능성이 큰 만큼 기업마다 앱 고도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혈안이 된 상황이다.
최 전무는 기술력 확보로 성공한 대표적 예로 미국 음식배달 시장에서 점유율 50%를 넘는 1위 지위를 구축한 미국 배달앱 도어대시를 소개했다. 그는 “미국 배달앱 시장의 후발주자였던 도어대시를 1위로 탈바꿈한 원동력도 바로 기술력이었다”면서 “도어대시는 주문중개 모델을 고수하던 그럽허브와 달리 직접배달 확장에 주력했는데 이 기반이 된 것이 기술력이다. 여기서 경쟁력이 판가름난 것이고, 그 결과 주문중개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며 미국 내 배달앱 선두주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기술력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특히 요기요는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차세대 딜리버리 서비스 ‘요기요 익스프레스’에 적용되는 AI 배달 시스템 기술을 집중 개발할 전담 조직을 꾸릴 예정이다. AI 배달 시스템 기술 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과 배달이다. 최 전무는 “최근 모든 유통사와 배달앱사의 화두는 ‘라스트 마일’이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주문 경험을 개선한 서비스로, AI 기술 적용 이후 소비자는 원하는 음식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게 됐고, 사장님과 라이더는 주문 접수부터 배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매장 운영과 잇따르는 여러 배달 주문을 한번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을 위해 AI 딜리버리 시스템을 집중 개발할 별도 전담 조직을 꾸려 주문경험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호 요기요 R&D센터 전무. 사진/요기요
요기요만의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으론 △재고 연동 기술 △AI 딜리버리 시스템 △메뉴 코드 표준화 등을 꼽았다. ‘재고 연동 기술’이란 편의점 브랜드별로 재고가 얼마나 남았는지 여부를 효율적으로 파악하는 기술 시스템으로, 요기요는 2019년 7월 업계 최초로 편의점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주문부터 결제가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해당 재고가 남아있는지 체크되기 때문에 재고가 없어서 구매를 못하게 되는 일을 사전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최 전무는 “기존 재고파악 문제로 어려웠던 편의점 배달이 이 기술 덕분에 생수 한병도 즉시 받아볼 수 있는 수준으로 편의성이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메뉴 코드도 최근 표준화 작업을 거쳤다. 3000만 개에 이르는 개별 음식 메뉴를 정제해 어느 동네에서 어떤 음식이 어느 정도로 팔리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짜장면’과 ‘자장면’을 하나의 메뉴로 구분함으로써 레스토랑별로 메뉴명을 다르게 사용하고 있더라도 동일한 메뉴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기술을 구축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좀 더 정교하게 개인별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며 큐레이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계획이라고 최 전무는 전했다.
요기요 개발자로 입사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엔 선배 개발자로서 그는 '애자일(Agile)'을 강조했다. 애자일이란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에서 시작된 것으로, 부서 간 경계를 허물고 팀원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 신속하게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요기요는 7년 전부터 해당 가치를 중심에 두고 개발에 임하도록 하는 문화를 조성해왔다. 최 전무는 “애자일 가치에 공감하는 동료들과 함께 발전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면서 “우리에게 팀이란 필요에 따라 협조 요청을 구하는 일반적인 조직형태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역할자들이 한 팀을 이뤄 일하는 형태로서, 유기적 협업이 원활하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연봉 인상 열기가 뜨거워지는 현상에 대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IT업계에서 기술은 사업의 핵심으로, 개발자들의 가치가 높아지는 건 환영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개인과 회사의 가치가 연봉으로만 평가될 게 아니라 개발의 품질을 높이고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이 같이 발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