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LG에너지솔루션(전
LG화학(051910))과
SK이노베이션(096770) 배터리 소송의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LG와 SK가 미국 현지에서 치열한 막판 로비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철저히 미국의 국익을 고려해 내려질 전망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의 연장선에서 친환경 모빌리티 육성과 미국 배터리 전기차 시장의 청사진을 어떻게 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와 SK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관련 미국 ITC 판단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오는 11일(현지시간) 결정된다. 결정 기한은 한국시간으로 12일 오후 1시까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공공이익에 반할 경우에 한정된다. 철저히 미국의 국익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ITC의 최종 결정이 확정된다.
ITC는 지난 2월10일(현지시간) LG의 손을 들어주고 향후 10년간 SK의 전기차 배터리 관련 모든 부품에 대한 미국 내 생산·수입금지를 명령했다. 또 SK와 공급계약을 맺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수입금지 유예기간을 줬다. ITC 결정은 미 대통령의 심의와 승인 절차(Presidential Review)가 필요하다. 검토 기간은 60일로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사흘동안 거부권 행사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통상전문가들은 미·중간 무역분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지적재산권 문제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미국 역사상 영업비밀 침해 건에 대해 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던 만큼 전례를 깨면서까지 거부권을 행사하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배터리 전문 교수는 "ITC가 SK가 LG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 여부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정의와 공정성 차원에서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배터리 전기차 산업 미래 성장성을 감안해 지극히 정무적인 판단 내릴 가능성도 있다.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LG와 SK 양사가 소모적인 분쟁을 중단하고 합의에 나서라는 시그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의 연장선에서 미국은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을 쌓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 것을 감안했을 때 테슬라를 제외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시장 선점을 위해서라도 미국 입장에서는 LG와 SK 양사의 배터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은 통상 선례를 깬다는 부담과 미국 국익이 최우선이란 갈림길에서 전례 없는 결정을 하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동차 산업은 미국의 표상이기 때문에 테슬라를 포함해 GM과 포드가 배터리 전기차 빅(Big) 3가 되기 위해선 미국 입장에서는 LG뿐만 아니라 SK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LG와 SK는 ITC 최종 결정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현지에서 치열한 로비전을 이어가고 있다. 남은 이틀간의 로비 결과에 따라 바이든이 ITC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ITC 최종판결로 LG가 소송의 승기를 잡았지만 지난 2013년 LG가 미 연방정부의 전기차 배터리산업 장려금을 부당 전용했던 사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SK가 관련 내용으로 로비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에너지 정책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8년전의 일에 대해 LG측이 부인하고 있긴 하지만 연방검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미국 현지에서는 연방에너지부 감사 결과가 바이든 거부권 행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