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마을 주민들의 농업생활용수로 쓰이는 저수지 근처에 가축분뇨 정화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신청을 불허한 것은 관할청 재량으로, 잘못된 처분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가축분뇨 처리시설 신청을 불허가 한 강진군수를 상대로 낸 건축허가신고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불허가처분을 취소하라는 원심을 깨고 이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시설이 인근 마을의 농업용수 취수원과 관광자원 등으로 활용되는 저수지와 불과 24m로 인접해 시설이 노후되거나 시설 관리자가 무단방류하는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고, 인근 마을에 악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시설이 기존의 ‘저장탱크’ 방식에 비해 인근 마을에 악취 피해를 줄 염려가 더 적다는 점에 관해 별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강진군의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 증명책임의 소재 등을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전남 강진군 한 저수지 인근에서 가축분뇨 배출시설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 10월 가축분뇨를 완전히 분해해 배출하는 방식의 ‘액비화 처리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강진군에 개발행위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강진군수는 이 시설이 저수지와 인접해 수질오염 우려와 마을 주민들에게 악취 등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A씨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을 거부했다. A씨는 강진군수의 개발행위허가(공작물축조신고) 불허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1심은 “마을 주민들이 저수지를 농업생활용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점, 시설에서 수질오염물질이 배출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저수지로 흘러들어갈 수 있는 점,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그로 인한 피해를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저수지의 수질오염을 방지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청지에 환경오염물질 배출시설 설치를 제한할 필요성이 크다”며 강진군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원고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설치하고자 한 시설은 가축분뇨에 포함된 오염물질 대부분을 제거하는 성능을 갖추고 있어 단순히 오염물질을 보관하기만 하는 기존 방식보다 환경적 위해의 우려가 더 적다”며 “설치 목적을 고려할 때 원고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은 수질오염 방지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유효·적절한 수단이 아니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