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이 국내에서 특히 심한 변동폭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업계에선 해외와 비교해 국내에서 가상자산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되는 것을 의미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논란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며 투자 과열을 경고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 혹은 ‘코리아 프리미엄’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국내 비트코인 수요가 해외보다 많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한국에서 비트코인이 주목받기 시작한 2016년에 처음 등장했다. 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던 이듬해인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50%에 이르기도 했다. 이러한 김치 프리미엄 현상에 해외 거래소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서 국내 거래소에 파는 방식으로 차익 실현을 하는 시도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scolkg.com에 나온 업비트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의 암호화폐 가격 차이. 9일 기준 김치 프리미엄이 15%대로 형성돼있다.
김치 프리미엄 추적 사이트 scolkg.com를 참고하면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같은 시간 세계 최대 글로벌 거래소 바이낸스의 비트코인 평균 가격 차이는 약 1000만원 가량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 투자자들이 급격하게 가상화폐 투자로 몰리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지난달만 해도 김치프리미엄이 5% 수준이었지만 이달에는 15~20% 수준까지 커졌다. 지난 6일에는 업비트 기준 최대 20% 수준까지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비트코인이 개당 7900만원대로 최고점을 찍었다가 7200만원대로 하루도 안돼 고꾸라진 것이다. 원래 가격도 해외 대비 높은 데다가 떨어지는 폭도 해외 대비 커 변동폭이 심화되고 있다.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사진/픽사베이
가상화폐 거래의 경우 다량의 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 소위 '고래'들의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특히 시총이 낮은 알트코인의 경우 비트코인보다 변동폭이 훨씬 크기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에 올라오는 공시 등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데다, 잘못된 정보를 보고 투자를 했다가 피해를 봤을 때 보호해줄 법안도 마련되지 않아 투자자 스스로가 떠안아야하는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가격흐름이 2017~2018년보다는 견고한 흐름으로 가고 있고,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거래수단 기능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 등 해외에서도 ETF(상장지수펀드)로서 비트코인을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보이는 만큼 제도권 편입 현실화시 비트코인 가격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사이 가격 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치 프리미엄의 경우 투자 과열에 의해 발생한 현상으로, 가격이 올라갈 때는 문제가 안되지만 가격 조정이 왔을 때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현 상황보다 김치 프리미엄이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해두고 투자를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투자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타이밍에 의해 차익실현을 하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면서 “다만 공식적인 데이터가 많아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가상자산은 현재로선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불나방식 투자가 아닌 개별의 코인이 가치가 있는지를 잘 따져보고 판단해서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