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항일 이베이코리아 대표.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신임 대표가 취임한 지 80일을 맞이한 가운데 인수전에서 어떤 협상력을 발휘해 회사의 매각 가격을 최대한 끌어올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 대표는 1971년생으로 연세대 생물공학과를 졸업한 뒤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롯데백화점, LG상사, 삼성 물산 등에서 영업마케팅 등을 담당했다. 2003년 이베이코리아에 입사한 후 2016년 영업본부장을 거쳐 2018년 이베이재팬 대표로 취임했다. 전 대표는 이베이재팬의 실적을 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시킨 인물이다. 전 대표는 인재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중시한다. 기업 매각이 논의되는 상황에도 27개 직무 분야에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한 것도 그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전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최대한 높은 몸값에 이베이코리아를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것이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SK텔레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등 4곳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보자(숏리스트)로 정해졌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온라인 쇼핑 부문에서 선두 그룹에 올라설 수 있어 인수 후보자들은 이베이코리아의 경쟁력 등을 따지며 실사에 본격 돌입했다.
온라인몰 G마켓·옥션·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16년 연속 흑자를 낸 이커머스 업체다. 이베이코리아의 결제와 배송, 멤버십, 할인행사 등을 포괄하는 '스마일' 시리즈는 고객들의 높은 로열티를 유도하며 흑자 경영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도 '로켓와우 클럽'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등을 선보이며 벤치마킹에 나섰다.
성장 잠재력을 판단하는 핵심 요소인 온라인 시장의 데이터도 20년간 쌓아왔다. 이베이코리아는 판매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다양한 큐레이션 선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업계 추산 30만개인 판매자 수와 2억개에 달하는 상품수도 강점이다. 판매자와 상품 수는 오픈마켓 업계에서 고객 유입 확률과 거래액을 늘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다.
다만, 5조원에 이르는 가격과 인수 후에도 물류와 플랫폼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사업구조는 인수 후보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풀필먼트 사업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투자 대비 수익이 불확실하다. 오픈마켓 강자로 매년 꾸준한 이익을 기록해왔지만, 성장 폭이 예전만 못해 오픈마켓 사업 구조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분석도 있다. 또, 오프라인 유통에 바탕을 두고 자체 온라인몰을 운영 중인 기존 대기업 플랫폼과 최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실제 완주 의지를 가진 기업이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전 대표는 인재 확보와 함께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지난 2월 업무 제휴 협약(JBP)을 체결해 이베이코리아의 물류·배송 플랫폼 ‘스마일배송’, 유료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 등 ‘스마일’ 시리즈를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와 연계해 더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지난 9일에는 필립스코리아와 업무 제휴 협약을 맺고 이커머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온, SSG닷컴, GS리테일·홈쇼핑 합병 법인 등이 가세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베이코리아 향방이 현재 최대 변수"라면서 "자금 여력과 인수 뒤 시너지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사무실 내부 전경.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