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염재인 기자]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매수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대표로 한 연기금의 수급이 개선될 경우 국내 증시가 연고점을 갱신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월11일에 장중 3266.23까지 오른 후 두 달 이상 전고점을 넘지 못하고 횡보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4월1~9일 기준) 들어 코스피에서 2조1700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관과 개인은 각각 2조697억원, 1280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6거래일 연속으로 '사자' 기조를 보였다. 지난해 11월(11월5~24일) 1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인 이후 최장 기록이다.
외국인이 돌아오면서 코스피도 회복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3월 마지막주(3월29일~4월2일) 외국인이 순매수세(1조2399억원)로 전환하면서 코스피도 2.53% 급등했다. 아울러 4월1일 3087.40으로 시작한 코스피는 지난 9일 3131.88까지 오르며 1.44% 뛰었다. 지난 2일 이후엔 6거래일 연속 3100선을 돌파하며 연고점 경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국내주식 비중을 변경하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에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 9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내주식에 대한 전략적자산배분(SAA) 이탈 허용 한도를 현행 ±2%포인트에서 ±3%포인트로 1%포인트 확대키로 했다.
국민연금의 기금적립금은 지난 1월 말 기준 855조3000억원으로 국민연금의 올해 국내주식 비중 목표는 16.8%였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최대 허용 범위는 18.8%에서 19.8%로 늘어나게 됐다. 현재 국내주식 비중은 1월 말 기준으로 21.0%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우호적인 대외 환경 등이 외국인 수급을 유인함에 따라 우리나라 증시 상승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경우 국내주식 목표 비중으로 인해 당장 매도세가 멈추진 않겠지만 목표 비중이 확대된 만큼 매도량은 다소 적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5개월 만에 유의미하게 들어오면서 코스피 상승을 이끌고 있다"며 "이러한 수급 변화는 IT 중심의 제조업 경기와 교역 개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처럼 IT 제조업과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IT 제조업 경기에 중요한 미국의 경제 흐름을 감안할 때 한국과 대만 증시의 상대 우위는 계속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자산별 대표지수의 연초 대비 수익률과 국내주식 순매도 금액을 해외주식에 투자했다고 가정하면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0.5%가 된다"며 "전략적 자산배분 상단인 19.8%까지 국내주식을 축소하려면 지금부터 0.7%포인트만큼 비중 축소가 필요하며, 국민연금 투자자산이 856조500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약 6조원의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코스피가 전 거래일(3131.88)보다 3.00포인트(0.10%) 오른 3134.88에 출발했다. 사진/뉴시스
염재인 기자 yj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