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유승 기자] 시장금리 상승세에 보험사 희비가 갈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보험사 투자손익이 개선되고 역마진 위험이 감소해 호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급여력(RBC)비율은 하락하기 때문에 자본건전성이 저조한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홍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13일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과 공급 증가로 시장 금리는 우상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높아 시장금리 상승 시 신규투자이원이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우선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채권·이자수취채권 등 운용자산수익률이 증가해 보험사 투자이익이 개선된다. 보험사는 예정이율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받아 장기간 자금을 운용하는데,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그간 운용자산수익률이 저조했다. 2000년대 초 6%대까지 올랐던 생보사 운용자산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3.1%에 불과했다.
금리 상승은 역마진 위험도 줄여준다. 과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상품을 대거 팔았던 보험사들은 금리가 하락하면 운용자산수익률이 떨어져 고객들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차역마진 현상이 발생한다. 생보사들의 경우 금리 상승 시 변액보증준비금 적립 부담도 완화된다.
그러나 금리 상승이 RBC비율을 떨어뜨려 보험사들의 부담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사가 보유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가용자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RBC비율은(가용자본/요구자본)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바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 상태를 나타낸 지표다.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기에 만기보유증권을 시장 가치로 평가되는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며 자본 확충에 열을 올려왔다. 생보사 매도가능증권은 지난 1월 459조9976억원에 달했다. 2018년 말 대비 35.43% 늘었다.
특히 자본건전성이 저조한 중소형보험사들에겐 RBC비율 하락이 더욱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보험업법에선 RBC비율을 100%이상 유지토록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권고치는 150%이상이기 때문이다. RBC비율이 100% 밑으로 떨어지면 경영개선 권고 및 요구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지난해 9월말 기준 RBC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를 웃도는 보험사는 DB생명(162.5%),
롯데손해보험(000400)(169.4%), MG손해보험(172.8%),
흥국화재(000540)(177.5%), 흥국생명(188.2%), KB손해보험(188.6%) 등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사의 경우 대부분 RBC비율이 우량하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득이 훨씬 클 것"이라면서 "하지만 RBC비율이 권고치에 근접한 중소형 보험사들은 오히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금리 상승세에 보험사 희비가 갈리고 있다. 사진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개의를 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권유승 기자 k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