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고백' 외

입력 : 2021-04-14 오후 2:25:54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작가는 20세기로 시계 바늘을 옮긴다. 훗카이도에 가상의 작은 마을 ‘에다루’를 건설한다. 마을 토박이인 소에지마 가족 3대를 중심으로 반짝이는 일상을 그려낸다. 네 마리의 훗카이도견과 마을 주민들의 복닥거림. 이들의 이야기를 가로지르는 비틀즈의 음악과 제2차 세계 대전…. 등장인물들 모두가 주인공이다. 각자의 생을 살아간다. 자라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주어진 소명을 다한다. 개개인의 삶은 아주 미약한 빛일지 몰라도 한 걸음 떨어져 보면 거대한 은하다.
 
 
우리는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마쓰이에 마사시 지음|송태욱 옮김|비채 펴냄
 
작가가 한국 현대소설사에 획을 그은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펴낸 지도 어언 20년이 지났다. 줄곧 약자들의 편에서 낮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도 ‘연대’를 제시한다. 10대 여성 청소년 지우, 강이, 여울을 중심으로 할머니와 어머니, 딸로 세대를 거스르며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굽이들을 넘나든다. 나날이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 위험에 내몰리는 비 정규직 청년들의 노동 환경 등 지금 이 순간 한국 사회의 문제들을 직시한다.
 
 
곁에 있다는 것
김중미 지음|창비 펴냄
 
올해는 안도현 시인이 작가 길에 들어선지 40년이 된 해다.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그간 ‘서울로 가는 전봉준’, ‘외롭고 높고 쓸쓸한’ 등의 시집과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등단 40주년을 맞아 낸 ‘고백’에는 그간 천착해온 삶과 문학에 대한 웅숭깊은 사유를 담았다.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 아름다움과 추함 등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섬세하고 통찰력 있는 언어로 그려낸다.
 
 
고백
안도현 지음|한승훈 사진|모악 펴냄
 
“좋은 피는 보존하고 나쁜 피는 제거하라.”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구호다. 우수 인종을 길러내고자 실행한 ‘레벤스보른 프로젝트’. 책은 이 인종 실험에 동원된 한 여성의 실제 인터뷰를 그대로 실은 것이다. 광기 어린 국가주의와 인종주의가 한 인간의 정체성과 삶을 어떻게 말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통제, 비과학적 인종검사와 점령국 아이 납치 등. 인터뷰이는 서문에 “피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본질로 숭배될 때의 이야기”라고 썼다.
 
 
나는 히틀러의 아이였습니다
잉그리트 폰욀하펜, 팀 테이트 지음|강경이 옮김|휴머니스트 펴냄
 
가짜뉴스와 편향된 정보가 만연한 소음 유발의 시대다. ‘진짜’를 구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워싱턴대의 두 교수는 ‘헛소리’의 본질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헛소리는 논리적 일관성을 무시한 채 청중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거나 압도하거나 위협하는 언어, 통계 수치, 데이터 등이다. 오늘날에는 정량적 수치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등 헛소리도 점차 진화의 단계를 밟고 있다. 폴 로머, 조지 애커로프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추천사를 썼다.
 
 
똑똑하게 생존하기
칼 벅스트롬, 제빈 웨스트 지음|박선령 옮김|안드로메디안 펴냄
 
과거 한국 강연에서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그를 본 적이 있다. 수백명의 청중 앞에서 그는 “과학은 인류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로맨틱한 학문”이라 했다. 세계적 과학자 도킨스가 지난 30년간 쓴 글 41편을 모았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출판한 글들을 포함해 강연문, 칼럼, 에세이 등을 엮었다. 책은 진화론, 자연선택, 종교부터 정치, 사회, 문화까지 도킨스의 생각을 실타래처럼 엮어낸다. “자연의 원리를 밝히는 행위는 아름다움을 고양시키는 것” 임을 증명한다.
 
 
리처드 도킨스의 영혼이 숨 쉬는 과학
리처드 도킨스 지음|김명주 옮김|김영사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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