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생활법률)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는 없다고?

입력 : 2021-04-16 오전 6:00:00
지난 3월23일 노원구에 살고 있었던 세 모녀가 살해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온라인 게임을 통하여 피해자를 알게 되었고 집요하게 만남을 요구했으나 피해자가 만남을 거부하고 연락처를 차단하는 등 거부 의사를 보이자 피해자 집을 방문해 세 모녀를 살해했다고 한다. 애초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접근하지 못 하도록 강제할 수 있었더라면 끔찍한 불상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기존 스토킹에 관한 법적 제재수단이 약하다는 주장을 토대로 하여 스토킹에 관한 처벌 수위를 높이자는 입법 논의는 약 20년간 이어졌다. 드디어 국회는 지난 3월24일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제정을 의결하면서 오는 9월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하여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구체적으로는 각 목에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을 규정했다(제2조 제1호).
 
또한 '스토킹범죄'를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제2조 제2호). 사법경찰관은 신고를 받은 경우 스토킹행위 신고 등에 대한 응급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었고(제3조), 스토킹행위 신고한 사람 등의 요청에 의해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해질 우려가 있고 스토킹 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접근 금지 등의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았다(제4조).
 
아울러 법원은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등의 잠정조치를 할 수 있다(제9조). 일정한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에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제20조),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 기존 경범죄처벌법의 처벌 수위보다 강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했다(제18조).
 
이는 기존 민사적인 수단에 의존해 입증책임부담과 실질적인 조치가 이루어지기까지 소요되던 시간을 고려하면 진일보한 것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킹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극적으로 적용하려는 사법경찰관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부터 낭만적인 입장에서 누군가가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속담을 쓰곤 했다. 그러나 적어도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경우에 이 속담을 적용하지 말자. 적어도 어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마음이 열리기를 기다려야 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달라고 강요하는 경우에는 낭만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법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자.
 
박창신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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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