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경찰이 피의자에게 경범죄를 적용해 범칙금 납부 통고처분 했다면, 이후 동일 범죄가 더 있다는 이유로 이를 취소하고 기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상습사기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되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서장이 범칙행위에 대해 통고처분을 한 이상 범칙자의 절차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통고처분에서 정한 범칙금 납부기간까지는 원칙적으로 경찰서장은 즉결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며 “검사도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범칙자가 범칙금 납부기간이 지나도록 범칙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면 경찰서장이 즉결심판을 청구하면 되고, 검사는 동일한 범칙행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경찰서장은 범칙행위에 대한 형사소추를 위해 이미 한 통고처분을 임의로 취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2월 23일 오전 5시30분경 한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주문한 뒤 음식 값 계산을 거부하고, 욕설을 하는 등 음식점 영업을 방해했다.
경찰은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무전취식’으로 A씨에게 통고처분을 했다. 통고처분은 행정기관이 법규 위반자에게 벌금 등을 부과하고, 이를 기한 내 납부하면 처벌을 면하게 해주는 규정이다.
이후 같은 날 오전 11시경 A씨는 또 다른 식당에서도 술과 음식을 주문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해 조사하던 중 A씨가 이날 통고처분 받은데 앞서 지난해 2월 15일에도 노래방에서 13만원 상당의 양주세트를 시키고 돈을 내지 않았던 것을 확인했다.
이 밖에 A씨는 2018년 11월 부산지방법원에서 상습사기죄 등으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는 등 상습사기죄 또는 사기죄로 25회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A씨의 동종전력들을 알게 된 경찰은 A씨에 대한 통고처분을 취소하고 무전취식 행위에 업무방해 및 상습사기죄까지 더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공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동종범죄로 다수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동종범죄로 인한 형의 집행이 종료한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형법 364조 4항에 의거해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