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로 한일 갈등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등 강경 대응에 나서기 보다는 먼저 일본과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로서는 해법이 안 보인다"는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럼에도 대화와 소통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18일 <뉴스토마토>가 대일 외교 관련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정부가 일본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해양재판소 제소에 나서게 된 점을 비판했다. 정부가 먼저 강경하게 대응하면서 양국 간의 대화와 소통의 어려워졌다는 분석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 노력을 하다가 안 되면 국제해양재판소에 가든지 그렇게 하면 좋은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하다 보니 외교적으로 더 이상 갈 길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년의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일본과 교섭하면서 미국에게도 한국의 주장을 이야기면서 조율해 나가는 게 좀 더 순서상으로 좋았다"고 지적했다.
김재신 국립외교원 일본외교센터 고문도 "일본을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한다고 하지만 결과가 금방 나오느냐"며 "우선은 양국 간 이런 문제를 진정시키고 할 수 있는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없는 게 조금 걱정이 된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어온 것처럼, 오는 7월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올림픽을 하기 위해서는 코로나19 문제가 진정이 돼야 하는데 일본 내에서 코로나19 상황과 백신 접종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며 "한국이 이웃나라로서 협력할 수 있는 일들은 하고 그런 것을 통해서 불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획기적인 개선의 방향성을 모색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에도 의견이 모아졌다. 조 교수는 "미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을 중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상당히 어렵다"며 "여러 현안들이 겹쳐있고 워낙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교수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협력함으로써 조금씩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과정에서 한일 정부가 협력하면서 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이나 일본에게 미국은 동맹국이고 중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며 "같은 입장에 있는 한국과 일본이 방안을 모색한다는 의미에서 본다면 서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 한일 간 현안 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북한에 대한 논의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정부 간 대화가 시작돼야 민간 교류도 활발해진다는 점에서 대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우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재신 고문은 "정의용 장관도 3월31일에 일본에 대화 제의를 했지만 그 이후 아무것도 안 됐다"며 "우리 외교장관이 먼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한일 간에 의논해야 될 일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민중행동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 회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