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올해 세계 철강 수요가 당초 예상치를 뛰어넘는 성장 곡선을 타면서 제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특히 중국의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지난주(16일 기준) 국내 열연 유통 가격은 톤(t)당 101만원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5.2% 올랐다. 1년 전보다는 무려 50.7% 급등한 수준이다. 열연이 100만원대에 거래된 건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주 열연 수입 가격도 톤당 98만원을 기록하며 100만원 달성을 눈앞에 뒀다. 전주보다는 2.1%, 1년 전보다는 63.3% 오른 수준이다. 열연은 쇳물을 가공해 얇게 만든 강판으로, 강관과 건축자재 등에 쓰이는 기본 철강 제품이다. 열연 가격은 지난해 12월 70만원대에서 80만원대까지 오른 뒤 올해 1분기에는 90만원대로 뛰었다.
같은 기간 선박 건조에 주로 쓰이는 후판 유통 가격도 톤당 10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보다는 5.2%, 1년 전보다는 53% 오른 수준이다. 후판 수입 가격은 99만원을 기록하며 전주보다 10%, 1년 전보다 65% 급등했다.
철강 제품 수요와 가격이 꾸준히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열연 가격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톤당 100만원선을 돌파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열연공장 압연 생산 현장. 사진/뉴시스
국내 철강사들은 최근 주요 조선사들과의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지었는데, 최소 톤당 10만원가량을 인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또 다른 철강 기본 제품인 냉연과 철근 가격도 지난주 각각 톤당 105만원, 85만원을 기록하며 계속해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전주와 비슷한 가격이지만 1년 전보다 냉연은 52.2%, 철근은 29.8% 오른 수준이다.
이처럼 철강 제품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건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세계철강협회(WSA)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철강 수요가 지난해보다 5.8% 늘어난 18억7420만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당초 전망치인 4.1%에서 1.7%포인트 상향 조정한 수치다.
WSA는 매년 4월과 10월 두번에 걸쳐 단기 철강 전망 보고서를 발표한다. 올해 상향 조정은 중국 전망치를 대폭 수정한 데 따른 결과다. WSA는 지난 보고서에서 올해 중국 철강 수요 증가를 0%로 예상했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3% 성장으로 상향했다. WSA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철강 수요 증가율을 0~1%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전망해왔다.
중국철강협회(CISA)도 올해 중국 철강 수요가 지난해보다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전반적으로 올해 내내 수요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 이후 소폭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계속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겹호재'를 만난 분위기다. 특히 업계 1위 포스코는 올해 1분기 1조55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포스코가 1조5000억원대 영업이익을 낸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이며, 이는 10년 만에 최대 실적이기도 하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