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수입 결제에서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과 미국산 외제차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입 원화 결제대금 비중이 증가한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0년중 결제통화별 수출입' 자료에 따르면 한국 수입에서 원화 결제대금 비중은 7.0%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2년 관련 통계 시작 이후 역대 최고치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2019년 5월 이란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된 여파로 원유결제 수입이 94.7% 감소했지만, 유럽연합(EU)과 미국산 승용차의 원화결제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전체적으로는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유로화 수입비중은 6.5%로 전년대비 0.6%포인트 증가하는 등 1년 만에 6% 중반대로 반등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와 EU산 기계·정밀기기를 중심으로 유로화 결제 수입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엔화 수입비중도 5.6%에서 5.9%로 0.3%포인트 상승했다. 반도체 제조장비 등 기계·정밀기기를 중심으로 엔화 결제 수입 비중이 15.5% 늘어난 영향이다.
위안화 결제 비중은 1.5%로 0.4%포인트 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산 기계·정밀기기, 가전제품 등을 중심으로 위안화 결제 수입이 증가한 요인이다.
반면 미달러화 수입비중은 80.6%에서 78.1%로 2.5%포인트 하락했다. 원유 등 에너지 수입에 대한 도입 단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원유 도입단가는 2019년 배럴당 65.5달러에서 2020년 45.4달러로 30.8% 떨어졌다.
수출에서 원화 결제대금 비중은 2.5%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줄었다. 2017년에는 3.0%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비중이 줄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대이란 제재로 중동에서 원화가 2018년 -36.3%, 2019년 -65.7%, 2020년 -23.9% 등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또 승용차의 EU 원화결제 수출은 전년보다 82.5% 감소한 영향이 한 몫했다.
미 달러화의 수출결제 비중은 83.6%로 전년대비 0.1%포인트 증가했다.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 수출이 전년보다 각각 5.4%, 12.9% 늘어난 영향이다. 유로화는 6.2%로 0.1% 상승하는 등 2년 연속 6%대를 기록했다. 화공품과 정보통신기기의 수출은 각각 14.5%, 15.9% 증가했다. 위안화는 기계·정밀기기, 철강제품 등을 중심으로 증가하면서 1년 전보다 0.2% 늘어난 2.0%를 차지했다.
반면 엔화는 3.1%에서 2.9%로 하락했다. 철강제품, 기계·정밀기기 등을 중심으로 엔화로 결제한 수출 비중이 10.7% 줄었기 때문이다.
수입과 수출을 모두 더한 원화 결제 비중은 4.6%로 전년(4.2%)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1992년 통계편제 이후 사상 최대치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수입에서 원화 결제대금 비중은 7.0%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사진은 유럽 승용차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