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호황'에 큰 그림 그리는 SK하이닉스

박정호 부회장 "파운드리 투자확대"…사업 다각화 기대감
자회사 시스템IC 몸집 키우나…업계 "중저가 시장 노릴 듯"

입력 : 2021-04-26 오전 6:00:21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SK하이닉스(000660)가 파운드리(위탁생산) 투자 확대 방침을 밝히며 사업 다각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파운드리가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호황기를 맞으며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파운드리 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겸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열린 '월드IT쇼 2021'에서 "파운드리에 투자해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이어 "대만 TSMC 수준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해주면 국내 많은 벤처 팹리스(설계회사)들이 '기술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이에 공감한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에서 8인치(200mm) 웨이퍼를 활용해 금속산화반도체(CMOS) 이미지 센서와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 등을 제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시스템IC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순위권에도 벗어나 있는 만큼 12인치(300mm)가 메인인 삼성전자(005930)나 대만 TSMC의 경쟁사로 보긴 어렵다.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로 파운드리(위탁생산)가 호황을 맞은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사업 다각화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이천사업장.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파운드리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또 메모리 반도체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6% 성장한 896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파운드리가 반도체 수요 증가로 호황기에 접어든 가운데 반도체 쇼티지(공급부족) 사태는 자동차를 넘어 가전제품, 게임기기 등 여러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오죽하면 2016년 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했다가 2년 만에 철수한 인텔이 최근 파운드리 시장 재진출을 선언할 정도다. 인텔은 시장 재진출 방침을 밝히며 파운드리 시장이 2025년에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다 보니 SK하이닉스의 파운드리 투자 확대 방침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TSMC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미세공정보다는 8인치 웨이퍼 기반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를 촉발 시킨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는 주로 8인치 웨이퍼가 사용된다. 미세공정이 아닌 8인치 파운드리 틈새시장을 노려야 하는 이유다. 
 
시스템IC 역시 이러한 시장 변화를 알아채고 중국을 중심으로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시스템IC는 현재 충북 청주 파운드리 팹의 장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옮기고 있다. 우시 공장은 8인치 웨이퍼 아날로그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공장이다. 시스템IC가 중국 파운드리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현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공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는 첨단제품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동차,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중저가 반도체 수요도 많은데, 모든 파운드리 업체가 미세공정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운드리 사업 범위가 넓은 만큼 차별화 전략으로 틈새시장을 노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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